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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사회의 착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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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사회의 착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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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갔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했는데 생선을 재료로 한 음식들이 모두 안 된다고 했다. 재료 값이 올라서 타산이 안 맞아 당분간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물가 안정을 중요한 경제정책 방향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그때보다 더 가벼워지고 있다. 물건의 포장용기는 그대로인데 내용물이 줄어들어 전체 용량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직사각형 일회용 김은 그 포장을 뜯으면 용기 중 3분의 2만 김이 들어 있다.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파이도 포장지는 그대로인데 크기가 줄어 포장지를 뜯으면 파이를 담은 용기가 너무 크다는 인상을 준다.


플라스틱통에 든 젓갈은 통 맨 밑부분을 살짝 안으로 구부려 그만큼 젓갈이 적게 들어 있다. 이렇게 요즘 물건을 사보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보이는 포장은 그대로 두고 보이지 않는 내용물을 줄인다.

이래저래 구입한 상품에 속는 소비자들은 끝없이 포장과 내용이 같은 상품, 그리고 착한 가격을 찾아 헤맨다. 가령 비빔밥을 시키면 작은 칼국수 한 그릇을 더 준다거나 점심 식사를 하면 후식을 함께 준다거나, 여러 번 오면 한 번은 공짜로 주는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특히 착한 가격을 찾아 헤매게 만드는 것은 커피다. 기름 1ℓ가 2000원을 밑도는데 유명한 커피 한 잔에 5000원이 넘는다. 기름값이 바싸다고 하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 커피 전문점 커피에 비하면 싼 편이다.


요즘 기름값을 아끼려 버스를 타는 서민들은 계속 창을 닫고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겨울버스는 춥다고 문을 닫고서 계속 운행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대중교통수단에 더욱더 공기정화기를 설치하고 그 오염도를 항상 시민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가용보다 착한 가격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더욱 늘리려면 버스 안의 공기 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이 버스 요금이 인천과 경기도는 이미 인상됐고 서울도 상반기에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 요금은 이미 평균 4.5% 인상했다. 고속철도(KTX) 요금은 3.3%가 오른다고 한다.


이렇게 오르는 공공요금의 곁에 비슷하게 또 오르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공무원들 급여다. 공무원 급여를 공공요금 인상률과 비슷하게 3.5% 올려 준다고 한다. 그 결과 대통령 연봉은 2억원이 넘고 장차관도 모두 1억이 넘는다고 한다. 말로는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누구 한 사람 공무원의 보수 동결을 말하는 사람은 안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앞서 언급한 내용물이 조금 모자란 상품과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국민들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공직자들이 바뀔 때마다 그들이 국민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 공직자들이 정책 운영 계획을 발표할 때에도 이러한 믿음을 갖고 그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알맹이는 없고 번지르르한 포장만 보여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람의 위는 1500㏄라고 한다. 그 이상 많이 먹으면 과식이다. 오히려 조금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조금 간소하게 먹고 국민의 존경을 먹는 것으로 배부름을 더 느끼는 공직자는 우리사회에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임미영 이화여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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