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검찰에 나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당사자가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고 의원의 진술은 그동안 정당 대표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뽑는 선거에서 돈이 오갔다는 풍문이 사실이었음을 말해준다. 세간에 떠돌던 정치권의 고질이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고 의원의 진술 내용은 구체적이다. 하지만 박 의장 측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과거에 많이 봤던 모습이다. 그만큼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검찰의 책무가 무겁다. 성역 없는 수사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총선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수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돈봉투'의 당사자는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정치권을 떠나는 게 마땅하다. 한나라당 또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박 의장이 스스로 전모를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히고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라고 했다. 또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뤄내겠다"고도 했다. 당연하다. 그러나 당의 간판만 바꿔 다는 식의 쇄신으로는 안 된다. 사람과 의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미봉으로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야권도 자유롭지 않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며칠 전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있고 경험한 바도 있다"고 말하는 등 야당도 구태정치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야당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과거의 잘못된 점을 모두 털어내고 가야 할 것이다.
돈으로 줄을 세우고 패거리를 동원하는 식의 구태 정치는 이제 끝장낼 때가 됐다. 이는 검찰의 수사로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수가 인사권과 공천권을 독점하는 비민주적 정당구조, 패거리 정치,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 아래서는 돈선거 관행을 깰 수 없다. 인적 쇄신, 공천의 투명성 확보 등 정당의 운영구조를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여든 야든 오랜 악습과 결연히 결별하지 않는다면 성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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