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엠블럼 공급하는 협력사, 파산 신청
혼다·닛산, 합병 논의 중
카마겟돈의 칼바람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에도 불어닥쳤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엠블럼을 납품하는 업체인 게르하르디가 파산을 신청했다.
카마겟돈이란 '자동차'와 전쟁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치열해진 업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매섭게 저가 공세를 펼치자 유럽과 미국 브랜드 차량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중국은 이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이에 21일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게르하르디가 커지는 비용 상승과 수요 감소 여파로 지난달 파산을 신청해 1500여명의 직원이 불확실한 미래에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0월 독일 경제의 중추인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3곳을 폐쇄하고 임금 10%를 삭감하는 초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본사는 물론이고 중소 협력사까지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1796년에 설립된 게르하르디는 벤츠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부착되는 삼각별 엠블럼 등을 공급했다. 이 그릴은 공기를 통과시켜 엔진과 냉각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엔진이 단순 쇳덩어리로 전락한 전기차 시대에서 엔진을 식혀주는 그릴은 쓸모는 없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내연차 부진과 전기차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게르하르디는 경영 위기에 몰린 수 백개의 유럽 자동차 공급망 중소업체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20일에는 판매 대수로 세계 7위와 8위인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와 닛산이 합병 논의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중국의 전기차에 맞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끼리 손을 잡은 것이다. 합병은 두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영업은 지금처럼 각각의 브랜드로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경쟁 관계였던 세계 7위와 세계 8위의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의 공세는 더욱 강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지난 반세기 자동차산업 변곡점은 일본 기업의 높은 생산성, 한국 자동차 기업의 출현 그리고 테슬라였지만, 지금 새로운 변곡점은 중국 기업"이라며 2030년 중국 완성차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예상치인 21%에서 12%포인트 높은 33%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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