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얼음골 64m 빙벽등반 짜릿, 내년 1월 세계 아이스클라이밍대회 개최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푸른 빛을 띤 거대한 얼음벽에 섰다. 호흡이 빨라진다. 클라이머를 압도하는 얼음벽을 아이스 바일(낫 모양의 빙벽도끼)로 찍는다. 조심스럽게 한걸음을 내딛고 자일을 당긴다. 또 한 발 얼음벽을 밟고 올라선다. 후두둑 얼음가루가 떨어진다. 몸을 감고 도는 동장군의 칼바람도 빙벽도전에 나선 클라이머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 어느새 등줄기를 타고 땀이 불끈 솟는다.
도전과 정복의 짜릿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빙벽등반이 '겨울 레포츠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빙벽 등반은 산과 물, 바람 등 자연과 하나가 돼 나 자신에 한계를 뛰어넘는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운동이다.
얼음을 오르는 묘미,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 정복했다는 성취감 등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빙벽명소를 찾았다.
경북 청송군 부동면 얼음골. 병풍처럼 두른 높이 64m의 깎아지른 듯한 빙벽이 보기에도 아찔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빙벽 등반 애호가들이 빙벽코스를 오르며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은 겨울이면 폭포수 물줄기가 거대한 얼음벽으로 변신한다. 수직벽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인공 폭포를 얼려 만든 얼음벽은 폭 100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얼음골은 국내 다른 빙벽들과 달리 등반 모습을 바로 앞에서 관전할 수 있어 박진감은 배가 된다.
순간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 수직 빙벽을 스파이더맨처럼 붙어 거슬러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열기로 얼음골이 후끈 달아오른다.
"꽁꽁 언 얼음을 아이스 바일로 찍을 때 얼음이 부서져 나가는 순간의 쾌감은 어떤 레포츠에서도 느낄 수 없는 '손맛'입니다." 빙벽 등반 애호가 나영식씨(45)는 말한다.
나 씨 역시 처음에는 평범한 등산 애호가였다. 그러다가 짜릿한 손맛에 이끌려 암벽 등반을 시작했고 결국 빙벽에 푹 빠져살고 있다.
그는 가느다란 외줄에 몸을 내맡긴 채 온 힘을 다해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오른다.
"낙빙, 낙빙…" 빙벽을 오르던 등반자가 다급하게 소리를 외친다. 빙벽을 찍을 때 부서진 얼음조각이 쏟아져 내린다. 순간 뒤따르던 등반자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이따금 힘에 부쳐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지켜보던 구경꾼들 사이에선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사력을 다해 정상에 다다른 순간 온몸을 휘감는 짜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그는 "완등했을 땐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정말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벅찬 느낌이 있다"며 꼭 빙벽타기에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사실 청송은 슬로시티(Slow City)다. 말 그대로 느린 도시다. 청정 자연과 오랜 시간 빚어온 전통 조리법과 수공업 등 느린 삶의 요소들이 넘실거린다.
그렇다고 슬로시티가 한없이 정적인 풍경만 그려내지는 않는다. 청송은 몇 해전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를 비롯한 산악 레포츠 명소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얼음골 빙벽등반이 있다. 새해 1월에는 세계 정상급 아이스 클라이머 선수들도 대거 한국을 찾는다.
세계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국제 대회)는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그간 유럽에서 열렸던 대회가 2011년부터 5년 간 아시아 최초로 청송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빙벽 근처 곳곳에는 눈 조각 전시회, 썰매장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조성해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얼음골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20분,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도 10분 거리다.
강추위를 잊게 하는 뜨거운 레포츠의 현장. 슬로시티 청송에 가면 추워서 더 좋은 겨울 레포츠를 만날 수 있다.
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빙벽등반 안전이 우선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세밀하게 점검한다.
빙벽의 난이도와 거리, 폭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꼭 준비한다.
보온 장비와 예비 식량,구급약품, 장갑, 헤드랜턴, 보온병, 등산용 스틱 등도 챙긴다.
등반전 스트레칭으로 긴장됐던 근육을 풀어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얼음에 돌출을 확인 후 자신의 실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침착하게 등반한다.
등반자가 많은 곳은 피하고 낙빙시 '낙빙'이라고 외친다.
등반 중 추월하거나 하강해서는 안되며 등반을 마친 후 일반 등산로를 이용해 내려오는 것이 좋다.
빙벽은 표면이 얼었더라도 얼음속이 녹아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육안 확인보다는 충분히 재 확인후 등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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