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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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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내원동가는길-대전사~자하교~학소대~1폭포~2폭포~3폭포~내원동(3.7km)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주왕산 내원동 오지마을은 사라졌지만 그 향수는 아련하게 추억된다. 마을터 한 켠에 자리한 돌식탁에서 탐방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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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걷는다. 한없이 속 깊은 산길은 포근하다. 기묘한 자태로 솟아 오른 암봉 사잇길을 걷고 우렁찬 폭포수를 품는다.


어느이는 신발도 벚어 들고 맨발이다. 걸을 땐 풍경이 천천히 지나가고 전설의 한토막이 구석구석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자연의 기운이 몸속 가득 충전된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산중의 돌식탁은 말그대로 천상의 식탁이다. 그 옛날 전기도 없이 살았던 주왕산 내원동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안식처였을 그 식탁이다.

청송의 주왕산(周王山ㆍ721m)은 속 깊은 산이다. 입구에서 보면 거대한 바위 3개가 전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로 들기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주왕산의 깊은 속살로 드는 주방천계곡은 우뚝 솟은 기암(旗岩)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산수와 같은 절경을 토해낸다. 여기에 봄에는 수달래가 만발하고 가을이면 돌단풍이 핏빛처럼 곱다.

그리고 또 내원동이 있다. 아니 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80가구가 살았다. 분교도 있었고, 호롱불로 밝힌 칠흑 같은 밤도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그랬던 내원동이 사라졌다. 200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방천 수질 보전을 이유로 마을을 허물었다. 이 땅에서 손꼽던 아름다운 오지마을은 그렇게 사라졌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가을로 드는 길목, 주방천을 따라 내원동길을 걸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을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 찬 여정이다.


주왕산 상의매표소를 지나자 대전사가 반긴다. 보광전의 용마루 너머로는 웅장한 기암이 솟아 있다. 주왕산의 상징으로 대접 받는 기암은 그 옛날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는 전설이 서린 바위다.


주왕산를 처음 찾은 사람은 대부분 '우리나라에도 이런 산이 있어나?'하며 놀란다. 주왕산은 우리 땅에서 흔히 보는 둥글둥글한 산이 아닌 참으로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약 7000만 년 전 폭발한 화산에서 흘러내린 화산재가 이런 걸작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왕산의 옛 이름은 석병산(石竝山)이다. 바위로 병풍을 둘렀다는 뜻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이 이름이 괜스레 붙은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도처에서 나타나는 깎아지른 벼랑과 봉우리들이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대전사에서 주방천을 따라 1폭포길은 비경의 숲이 열린다. 계곡과 폭포, 소, 담 그리고 죽순처럼 솟아오른 암봉 및 기암괴석, 여기에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진다.


먼저 자하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400m쯤 올라가면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했다는 주왕암이다. 여기서 200m 정도 오르면 주왕굴과 만난다. 주왕이 마장군을 피해 숨었다가 붙잡혔다는 곳이다.


주왕암에서 1폭포로 가는 자연관찰로로 든다. 이 길은 계곡 왼편으로 난 주 등산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람 하나 간신히 오갈 수 있을 만큼 좁지만 대부분 큰길을 이용하는 탓에 언제나 한갓지다. 즐거움은 또 있다. 길 중간에 마당바위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급수대와 연화봉, 그리고 장군봉의 수려한 자태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학이 노닐었다는 학소대에 이르면 주왕산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는 시루봉, 병풍바위, 신선바위가 마치 서로 키를 재듯 연이어 버티고 서 있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제2폭포


학소교를 건너면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나올법한 돌문이 버티고 서있다. 바위벽을 넘어서면 전혀 딴 세상이다.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석벽 사이의 협곡 속으로 들어가면 힘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제1폭포다. 얼마전 TV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우리나라 6대 폭포'로 뽑혀 절경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방이 수직절벽에 싸여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폭포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린다. 선녀탕과 구룡소를 돌아나온 계곡물이 새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돌허리를 타고 힘차게 쏟아져 내린다.


여기서 1㎞ 더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길을 따라 200m 들어가면 제2폭포를 만날 수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2단 폭포다.


갈림길로 되돌아 나온 뒤 400m 더 오르면 웅장한 제3폭포다. 2단으로 쏟아지는 이 폭포는 일명 쌍폭포로 불리는데, 전체 높이가 22m로 주왕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폭포다.


3폭포를 지나면 다시 온순한 계곡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부분 발길을 돌린다. 그들의 관심사는 주방천의 절경과 계곡이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그러나 내원동은 여기서 몇 걸음을 더 보태야 한다. 실개천처럼 포근한 모습으로 변한 주방천을 끼고 오솔길을 걸어 내원동으로 향한다.


마치 어릴 적 외갓집에 가는 듯 정겨움이 넘치는 길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분지가 펼쳐진다. 내원동이다. 특별한 표식은 없지만 사람들은 첫눈에 안다. 이곳은 사람이 살던 곳, 내원동마을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ㆍㆍㆍ.


내원동은 청송의 마지막 오지마을이였다. 이 마을은 6ㆍ25전쟁 직후에는 한 때 500여 명이 살 정도로 북적거렸다.


내원동 마을 어귀에는 서낭당이 있다. 사람들이 지극 정성으로 섬기는 굵은 당산나무와 오가는 길에 마음으로 하나씩 쌓았을 돌탑이 있다.


서낭당 앞은 탁족하기 좋은 개울이다. 아이들은 족대 하나면 여름 하루를 보내고도 남을 만큼 물고기가 많다. 그러나 마을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한때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분교터를 지나자 돌담 넘어 아담한 식탁이 눈길을 잡는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가지를 성성하게 뻗은 주목 앞에 자리한 돌식탁은 말그래도 천상의 식탁이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지만 식탁은 내원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옛 추억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돌의자에 앉아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풀었다. 대처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성찬이 마련된다. 나뭇가지를 스친 바람이 땀을 훔쳐간다. 맑고 청량한 바람이다.


오지마을 내원동은 사라졌지만 오가는 길손을 반기는 돌식탁처럼 내원동의 아련한 향수는 포근하게 주왕산을 담는다.


청송=글ㆍ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타고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진입해 서안동IC까지 간다. 안동에서 34번과 31번을 번갈아 타고 30여분 가면 주왕산이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볼거리=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인 주산지를 빼놓을 수 없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물안개와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도 명물 중 하나로 고택체험이 가능하다. 달기약수 맛도 보자. 탄산과 철 성분 등을 함유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먹거리=신촌약수탕 부근에는 닭불고기로 유명한 식당들이 몰려 있다. 약수에 한약재를 넣어 백숙을 고아내거나 살을 발라낸 닭고기를 고추장양념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낸다.


달기약수터 인근에도 닭백숙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달기약수는 철분이 섞여 있어 마시면 톡 쏘는 맛이 별미. 주왕산 관광단지에는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손칼국수, 사과막걸리 등을 내놓다. 주왕산 꽃돌식당(054-873-0900)은 밑반찬이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여행]여기에 오지마을 내원동이 있었다


덕천마을의 '소슬자연빛깔'(054-873-6300)은 천연염색가인 박숙자씨가 운영하는 천연염색판매장으로 예약객에 한해 '소슬밥상'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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