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취임 두 달 앞두고 결정
10만명 파병설 北에 경고
트럼프 종전 협상 추진도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파병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두 달 뒤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종전 추진에 앞서 현재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수일 내에 러시아를 향해 최초의 장거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첫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거리 약 306㎞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미사일이 발사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있는 군 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확전을 우려했던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하고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지원받은 무기 역시 그런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정책 기조를 크게 전환했다.
이 같은 미국의 결정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대규모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참전한 가운데 이뤄졌다. 북한에 병력을 더 보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란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 규모를 크게 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10만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규모를 1만2000명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종전 계획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고,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소유하는 조건으로 종전 협상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위치에서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미 당국자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이 러시아의 보복 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 위험보다 장점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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