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S리테일·신세계 등 실탄 충분한데도 “사업구조 맞지 않다” 난색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이윤재 기자] 경영권 논란을 겪었던 하이마트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새 주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롯데와 GS리테일, 신세계 등이 예견치 못했던 급매물인데다 사업구조가 맞지 않아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더욱이 내년도 경영계획이 윤곽을 잡은 상태에서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하이마트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공동매각 약정을 맺은 유진기업,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HI컨소시엄 등은 다음 주 중으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외 투자은행(IB)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주식은 1대주주인 유진기업 소유의 31.34%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17.37%, ㈜에이치아이 컨소시엄의 8.8% 등 총 57.59%다. 8일 기준 하이마트 종가는 7만9300원, 시가총액은 1조8721억원이다. 매물로 나온 주식의 가치만 1조781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2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웬만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 '생각이 없다'는 롯데와 신세계, GS리테일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롯데의 경우 '디지털파크'라는 가전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황인 만큼 하이마트를 인수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운영의 주도권을 쥔 이후부터 인수합병(M&A)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롯데쇼핑의 재무제표상 3분기말 이익잉여금이 9조원에 달해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롯데는 디지털파크처럼 대형화, 집약형 사업모델과 하이마트의 컨셉이 너무 맞지 않아 인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킬러컨텐츠로 볼 때 작고 많은 매장으로 구성된 하이마트는 (우리가)추구하는 사업모델과 전혀 다르다"라며 "(급할 것도 없지만)현재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도 안정적인 실탄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GS마트(대형마트)와 GS스퀘어(백화점)을 롯데쇼핑으로 매각했다. 당시 매각대금은 1조3400억원 규모. 매각당시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기존 사업 확장 이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일은 없다.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자금 부담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너지라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 점이 문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2007년도에 인수하려고 했기 때문에 후보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전혀 논의되는 바가 없다" 며 "실제 후보군에 거론되면 실무진들이 회의를 하는데 이 또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수후보인 신세계도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대형마트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중국 이마트 사업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미 올 초 언급했던 삼성생명 지분이 실탄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마트는 현재 삼성생명의 지분을 7.38%(1476만2667주)를 확보하고 있다. 8일 종가(8만6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1조2696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전혀 논의조차 없는 상태"라며 "킴스클럽 인수를 이제 마무리했는데 (경영진이) 또 M&A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는 아직 초기화 단계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관사가 선정되고, 본격적인 인수절차가 시작되면 물밑 경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 매각대금이 만만치 않지만 하이마트의 올해 매출이 3조5000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3000억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알짜기업임에는 틀림없다"며 "이들 기업이 인수한다면 당장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어 방관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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