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우리나라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액이 감소했지만 수입액은 오히려 증가해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감소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액은 169억달러(19조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78억달러에 비해 5%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59억달러로 전년 129억달러 대비 23% 가량 증가했다.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무역수지는 10억달러를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49억달러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EU FTA가 최초 발효된 지난 7월에는 월별 기준으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2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무역수지 흑자폭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유럽 현지의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EU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 현지 소비 위축으로 액정디바이스, 휴대폰, 반도체, 컴퓨터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IT전자·가전 품목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수출 감소폭을 기록해 전체 수출 감소를 이끌었다.
재정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 EU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그리스, 포르투갈은 물론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벨기에 등 유럽 전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럽 경제위기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무역협회 브뤼셀 지부의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낮고 유럽 내 경기 침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까지는 우리 수출이 약보합세의 증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유럽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으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현재 상황이 나은 편”이며 “FTA에 따른 관세 혜택과 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자동차 및 부품,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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