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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하이닉스여 일어나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6초

[아시아경제 ]하이닉스여! 파란만장한 그대 이름이여. 길고 긴 표류의 시대는 끝났다. 새롭게 일어나라. 다시 웅지를 펼쳐 정상을 향해 비상하라. 인생역정이 그러하듯 그대의 운명 또한 기구했다. 운명의 변곡점이 시작되는 이때 높은 곳에 올라 그대가 걸어왔던 긴 족적을 회상하라. 온 세상이 희망만을 말하던 뉴밀레니엄의 첫해에 주인을 잃고 그로부터 표류한 10년 세월. 그날 이후의 파노라마 같았던 시련의 역사를 기억하는가.


산업과 기술의 미래에 무지했던 정부와 당장 눈앞의 돈만 밝히던 채권은행은 그대를 3등 기업 마이크론과 이젠 시장에서 퇴출된 인피니언에까지 헐값에 팔아 치우려했지만 그대는 기술적 자존심 하나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지 않은가. 외환위기 후 모든 금융자본이 일제히 투자은행(IB)을 자임하고 외쳤지만 업의 특성과 기술에 무지한 그들의 허구와 실상도 체험했다. 그 후 수차례 매각의 시도에도 창업의 인연을 기대하던 여론의 시각을 현대와 LG는 끝내 외면했고 오늘날 SK만이 그대의 능력과 가치를 높이 샀다.

이제 제2의 창업시대가 열렸다. 안정된 지배구조와 든든한 투자역량으로 이제부터 제대로 된 경쟁을 펼 수 있길 성원한다. 그리고 채권단 지배 아래서 늘 각박했던 단기성과주의를 뛰어넘어 원대한 중장기전략을 꾀할 수 있으리라. 더구나 SK가 펴고 있는 글로벌전략과 시스템 IC분야의 확대진출 구상은 그대는 물론 국내 반도체산업계에 다이내믹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


사랑하는 하이닉스여! 그러나 어제의 성공은 잊어라. 진정 창조적 혁신만이 그대의 몫이다. 이제부터 목표는 1등이어야 한다. 체질화된 생존타성을 버려라. 2등까지 허용하던 시장의 아량은 점점 더 빠르게 냉혹해지고 있지 않은가. 만성적인 개발지연과 품질사고에 명운을 걸고 혁신하라. 지금의 패러다임으론 절대로 안 된다. 2007년에 삼성을 제압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1등 코스트를 되찾아라.

오아시스와 같은 SK여! 당신의 용단은 위대했다. 메말라버린 기업가정신을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 지난해 여름 그대가 나를 찾아와 길을 물었을 때 나는 놀랐지만 반신반의했다. 더구나 실무자들의 신념과 몰입을 보고 SK의 저력을 확인했다. 결코 돈이 아닌 가치철학과 안목이 하이닉스를 안았다.


기회는 하늘이 주나 성패는 사람이 만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큰 품으로 인재를 널리 안아라. 사기(史記)의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를 명심하길 바란다. 하이닉스의 노사관계는 회생의 역사 그 바탕이고 힘이다. 이제 새로운 믿음과 화합의 문화로 번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라.


채권은행단에 고언한다. 공과는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그대들 덕분에 얻었던 생존의 발판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도 당시 진념 부총리의 결단과 법률에 따른 것일 뿐이지 않은가. 그대들의 투자이익은 다 누렸고 거둬갔다. 천문학적 매각이익을 독점하지 말라. 긴 세월 임직원들이 뼈와 살을 에며 지켜온 기업가치의 노고를 외면해선 안 된다.


하이닉스여! 창업 28년, 비록 열혈청년의 나이지만 그대들 눈가에 깊게 파인 주름은 이 땅의 반도체산업에 뿌린 땀과 눈물의 흔적이요, 그대들 팔뚝에 불거진 힘줄은 기업의 영광과 오욕이 점철된 패기의 역사다. 그러기에 임직원은 물론 이를 지켜봐온 국민이 느끼는 오늘의 감회 또한 깊고 무량하다. 이제 SK의 글로벌경영의 주역이 되라. 그리하여 '짐 콜린스'의 말처럼 국민에게 존경받는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로 태어나라.


노화욱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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