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가 최근 건설업계의 주요 이슈다. 기획재정부는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해 오던 최저가 낙찰방식을 100억원 이상의 공사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결사반대 수준이다. 지난 10일 정부가 주최하는 공청회를 물리력으로 무산시키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대립논거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최저가 낙찰로 예산을 절감하고 부실한 건설업체를 구조조정하여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한다. 그리고 최저가 낙찰로 인한 부실공사의 발생은 저가심사 강화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제값을 주어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맞선다.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가 덤핑수주와 품질저하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근로자의 임금저하로 고용불안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양측의 주장을 듣다 보면 어느 쪽이 옳은지 헷갈리게 된다. 그러나 최저가 입찰제가 좋은 제도라면 일정 금액 이하는 최저가로 하고 그 이상은 다른 입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또 나쁜 제도라면 공사규모와 상관없이 어떤 공사에도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더라도 적정이익이 나지 않는 저가입찰을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없어져 건설업체가 너무 많아졌고 자율규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종합건설업체는 1만2000여개, 전문과 설비건설업체는 4만5000여개에 달한다. 그렇다고 건설업 신고제를 등록이나 허가제로 바꾸고 사무실, 장비, 기술자 확보 등 회사설립기준을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리 되면 고정비용이 많아져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돌고 도는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진입이 자유로우면 퇴출도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최저가 입찰이 나쁜 제도라면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하나, 좋은 제도라서 시행해야 한다면 건설산업 자체 내에서 저가입찰을 막고 부실업체를 퇴출할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필자는 신용평가와 보증제도와 같은 금융시스템의 보완을 제안하고 싶다. 특히 보증제도는 산업활동에 따른 각종 리스크로부터 고객을 보호해 주는 대단히 중요한 시스템이다. 건설산업은 다단계로 이루어지고 많은 경제주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보증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특별한 형태의 건설관련 보증기관이 있다. 건설공제조합, 전문 및 설비조합, 대한주택보증 등 공종별 공제조합에서 각종 보증을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보증시스템은 그동안 공헌이 적잖았으나 부실한 건설업체의 퇴출을 원활히 하는 데 장애요인이라는 지적도 함께 받는다. 공제조합의 조합원이 건설업체이다 보니 부실업체이거나 저가입찰로 부실공사가 우려되는데도 불구하고 보증을 거부하거나 보증 수수료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공제조합들이 건설업체들에 대한 신용평가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확실한 차이를 두고 보증을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 신용평가와 보증업무를 분리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저가입찰에 대해서는 공사의 부실과 회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리스크가 커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보증을 거부하거나 징벌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리되면 최저가 입찰이 도입되더라도 저가입찰을 막을 수 있다.
건설산업은 아직도 우리의 미래를 풍성하게 할 산업이다. 도시를 꾸미고 아름다운 주거공간을 창출하며 경쟁력 있는 해외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건설업계도 살리고 국가목적도 실현하면서 선진화된 견실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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