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빙(海氷) 면적의 변화는 기후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북극해빙의 면적은 보통 3월에 최대, 9월에 최소가 되는 연변화가 나타난다.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된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빙의 면적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해빙 면적이 최소가 되는 여름철에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북극해빙은 2002년 이후 매년 한반도 면적의 60%씩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9월에는 북극해빙의 면적이 2007년에 이어 역대 최소 두 번째를 기록하였으며, 예년과 달리 시베리아 북쪽 랍테프해와 카라해가 이미 7월부터 녹아 북동항로가 두 달 정도 일찍 열렸다.
1980년 이후 여름철 해빙면적이 40% 정도 감소하고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북극항로 운항과 자원탐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운항거리는 현재와 같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에 비해 북극항로로 운항할 경우 운항거리는 약 40%(8000㎞) 단축되며 연료비는 수에즈 항로의 95% 수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북극해에는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의 4분의 1가량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얼음이 급격히 녹음에 따라 시추선 접근이 용이해져서 경제성이 향상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서 자원탐사에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변화감시의 일환으로 마이크로파 위성자료를 이용하여 북극 해빙의 변화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간단위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특히 해빙면적뿐만 아니라 해빙표면의 특성 변화를 알 수 있는 거칠기 정보를 독자적인 기술로 산출하고, 이를 통해 북극해빙의 면적이 변화하는 시기를 3~4주 미리 알 수 있게 되었다. 여름철에 해빙이 녹으면 표면에 물이 모인 작은 호수가 생기는데, 이때 표면의 거칠기 특성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하여 해빙이 녹아 최소 면적에 이르는 시점을 한 달 정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선도적인 분석기술이다. 이러한 정보는 북극항로 운항 시작 시점과 운항 기간을 미리 예상할 수 있어서 향후 본격적인 북동항로의 개척 시 국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해빙은 이러한 경제적 함의뿐만 아니라,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올여름 해빙이 녹아서 물로 변한 지역은 이번 겨울 얼음이 얼면 '단년생 얼음'이 된다. 단년생 얼음은 두께가 얇기 때문에 내년 여름 또다시 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극 해빙은 지구 기후시스템의 중요한 요소로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를 60~80% 반사시킴으로써 극지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기후시스템을 조절하는 기능을 해 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빙이 줄고 물로 변화된 면적이 늘어나게 되면, 대부분의 태양에너지가 반사되지 않고 바닷물에 의해 흡수되어 주변의 해빙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기온도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북극의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지난 50년간 북극지역의 기온은 3~4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만약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2100년에 기온은 10도 이상 상승하고 해빙 면적은 지금의 20~30% 또는 그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는 북극항로가 열리고 자원탐사가 가능해지면서 중요도가 커질 것이다. 또한 북극환경의 변화는 북극해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구환경변화를 더욱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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