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상풍력 단기간에 큰 성과
올해부터 탈원전 목표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불안정성으로
원전 등 기저전원 대체 어려워
자국산업 육성과 재생e 확대서 기로
먼저 겪고 있는 시행착오 참고해야
대만은 우리나라 해상풍력 산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국가 중 하나다. 매우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해상풍력을 보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지리적 상황도 유사하다. 태양광은 국토 면적이 좁고 산악 지형이 많아 한계가 있는데 풍력발전은 설치할 수 있는 넓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야심 찬 해상풍력 확대 목표를 세웠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태양광 77.2GW, 풍력 40.7GW의 설비를 갖춘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상풍력 중심으로 풍력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올해 말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태양광이 32GW, 풍력이 3GW다. 풍력의 경우 12배 이상 늘려야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풍력발전 설치 용량은 2.27GW에 불과했다.
원전 자리 재생에너지로 메꾼다?
대만의 재생에너지 확대 현황은 어떨까. 5월 완전한 탈원전을 통해 '핵이 없는 국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대만 에너지 전환 계획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 건 해상풍력이었다. 대만은 2012년부터 해상풍력발전 입찰제도를 실시하며 공격적으로 해상풍력을 확대했다.
대만의 첫 번째 해상풍력발전단지인 128㎿ 규모의 포모사1은 풍황계측 4년 만인 2019년 가동을 시작했다. 또 376㎿ 규모의 포모사2는 2023년 5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인 900㎿ 규모 창화1&2a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지난해 4월 공식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만이 올해 말까지로 제시했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태양광,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11.6%에 불과하다. 지난달 만난 차이즈멍 대만전력공사 부사장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은 14~15%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당초 목표였던 20% 달성은 내년 10월쯤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기는 좀 지연됐으나 목표 달성에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 대만은 올해 말까지 태양광 발전을 20GW까지, 해상풍력을 5.6GW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3월 현재 태양광은 14.4GW, 해상풍력은 3GW를 기록하고 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합쳐 8.2GW의 설비를 추가해야 한다. 당초 제시했던 목표는 내년에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웨이 대만 경제부 능원서(에너지청) 부서장은 "태양광은 올해 말까지 16~17GW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량 확대를 위한 필요 부지는 확보했기 때문에 설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해상 풍력발전 설비의 경우에는 올해 4.7GW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원전이 맡고 있던 기저 전원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대만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대하는 이유다. 대만은 2032년 LNG 발전 비중을 54%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만은 타오위안, 타이중, 카오슝 지역에 이미 추가 LNG 발전소를 짓고 있다.
그 결과 대만의 무탄소 전원 비중은 오히려 축소됐다.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대만유럽상공회의소(ECCT)가 올해 1월 발간한 '2025년 대만 에너지전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의 무탄소 전력 비중은 2016년 16.81%에서 2024년 15.48%로 줄었다.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화석연료 비중이 확대된다는 우려에 대해 우즈웨이 부서장은 "장기적으로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60~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라며 "LNG 발전의 경우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해 탄소를 저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도 국산 기자재 놓고 논란
대만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정체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태양광 발전은 부패 스캔들, 개발 가능한 공간의 부족, 환경 단체 및 주민들의 반대, 사업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CCT는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간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스캔들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고 태양광 발전을 위한 포괄적인 공간 계획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FIT)도 낮은 보상 체계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FIT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일정 기간 정해진 가격 수준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보급에는 효과적이지만 과도할 경우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해상풍력에서는 국산화비율반영제도(Local Content Requirements·LCR)가 논란이 되고 있다. LCR이란 풍력발전 개발 시 일정 비율의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도록 정하는 제도다. LCR은 국내 산업 육성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은 해상풍력 입찰 1, 2라운드에 이어 현재 3라운드 입찰을 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는 보급 촉진을 위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2라운드에서는 LCR을 적용했다. 취약한 자국 내 풍력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규정에 따라 해상풍력 발전소 개발에 필요한 부품의 최소 60%는 현지에서 조달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며 반발하자 3라운드부터는 단계적으로 LCR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등 유럽의 주요 풍력 기자재 기업들은 대만 현지 내에 조립 공장을 설립해 현지화 비율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대만 내 해상풍력 공급망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LCR을 해상풍력 확대의 주요 병목으로 지목하고 있다. ECCT는 "기업전력구매계약(Corporate Power Purchase Agreements·CPPA)에서는 국산화 규정이 남아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즈웨이 부서장은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LCR 제도를 운용했으나 현재는 유통성 있게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 자체 공급망도 늘었다. 대만 조선기업인 CSBC는 자체적으로 해상풍력설치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에서도 LCR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입찰에서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외산 기자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지난해 입찰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타이베이(대만)=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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