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낮아지는 온천 수위…물부족 심각
1인용 온천장 급증…온천수 사용량 늘어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온천수 급감 문제를 겪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1인용 온천탕을 지나치게 많이 늘린 것이 온천수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주요 온천지역에서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치기 여행객의 온천 입욕을 금지하거나 심야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늘고 있는 추세다.
주요 온천서 물 부족 심화…"4년간 20% 감소"
NHK에 따르면 일본 주요 온천 중 하나인 사가현 우레시노 온천에서 최근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곳 온천의 수심은 2020년 평균 50m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39.6m로 4년 사이 20% 줄었다. 홋카이도의 유명 온천 지역인 니세코 온천도 2021년 이후 수심이 15m 줄어들어 물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광업과 물부족 문제 사이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의 고심도 깊다. 무라카미 다이스케 우레시노시 시장은 "온천수 사용은 지속 가능하다"며 분위기 완화에 나설 정도다.
일본에서 온천수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오버투어리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엔저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 온천여행이 전세계적 인기를 끌었고, 이로인해 온천수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일본 관광청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3680만명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내 약 2만7000여개에 달하는 온천 지역에 관광객들이 집중됐다.
1인용 온천장 급증에 물 부족 심화 …"당일치기 여행객 입욕 금지"
관광객 증가 분위기를 타고 1인용 온천탕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물 부족 원인이 됐다. 대중목욕탕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 관광객들을 받기 위해 호텔과 숙박업체들이 객실마다 소규모 온천탕을 만들면서 온천수 부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CNN은 "서양 관광객들은 대중목욕탕에서 모두가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일본의 관습을 꺼려해 대부분 1인용 온천탕을 예약한다"며 "대중목욕탕 입장료는 3달러(약 4400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호텔 객실의 1인용 온천탕을 이용하려면 수백달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일본 호텔, 숙박업체들은 더 많은 객실에 소규모 온천탕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 부족이 심해지자 일본 내 주요 온천 지역들은 입욕제한 조치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많은 호텔 및 숙박업체들이 정부로부터 심야 시간대 온천장 영업을 제한할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밤 12시부터 새벽 5시 사이 심야시간 온천 영업을 원천 금지하고 일부 온천에서는 겨울 성수기에 숙박없이 당일치기로 방문한 여행객들의 입욕을 제한하고 있다. 추가적인 온천 개발, 온천 숙박업체 개설 또한 당국에서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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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고자 입국세를 대폭 올리고 숙박세도 신설했다. 일본 입국세는 그동안 1000엔(약 9800원) 수준이었지만 정부가 현재 5000엔으로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각 지자체도 지역에서 숙박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3000~5000엔 수준의 숙박세를 신설 중이다. 2023년 숙박세를 도입한 일본 내 지자체는 9곳에 불과했으나 올해 14곳으로 늘어났고, 현재 43곳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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