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21일 정치인 테마주와 관련된 불공정거래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개별종목 셋을 직접 거명했다. 대현과 솔고바이오, 안철수연구소가 그들로 ‘즉시 조사착수’ 대상 종목이다. 이들은 ‘불공정거래 단서가 발견되는 테마주’로서, 투자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대현은 회사 대표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찍었다는 사진 한 장으로 급등했다가 사진이 거짓인 것으로 밝혀져 폭락한 종목이다. 솔고바이오는 회사 사외이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주가가 급등한 ‘안철수 테마주’다.
여기에서 구설(口舌)이 생겨났다. 먼저, 색깔논란이다. 왜 하필이면 모두 야당 인사와 엮인 테마주만 특정했냐는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 아니냐, 박근혜 테마주는 ‘불공정거래의 단서’가 없느냐, 직접 거명되지 않은 종목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냐는 식이다.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감독당국이 특정 종목을 거명하는 과정에서 공연히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안철수연구소라는 회사명을 특정한 점도 석연치 않다. 금감원이 이번에 조사하겠다고 한 포인트는 ‘지분보고 위반 여부’로 테마주 조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회사 2대주주 원종호 씨가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높인 과정에서 보고를 하지 않았던 점을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안철수연구소의 이상급등세가 당국이 내심 노리는 타깃이 된 것처럼 비쳐지게 됐다.
본의 아니게 테마주에 엮인 정치인들이 이번 조사로 어떤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인지 기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구설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부적절한 노림수’를 품고 있을 거라고는 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 자체는 오히려 감독당국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뒤늦게 나선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금감원이 잘 알듯이 돈이 오가는 주식시장은 ‘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투전판처럼 돼 버린 테마주 시장은 더더욱 요란하다. 구설을 말끔히 씻어낼 엄정한 조사와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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