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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슈미트,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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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지난 6일 방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을 7일 하루동안 밀착 취재한 뒤 든 생각이다. 슈미트는 이날 하루 철통 보안 속에 9개가 넘는 미팅을 갖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챙길 것만 챙기고 국내 투자 등에는 성의 표시조차 하지 않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슈미트가 이날 분초를 쪼개 서울 삼성동, 양재동, 남산, 청와대, 방통위, 서초동을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국내에 풀어 놓은 선물 보따리는 개발자 지원과 유튜브 내 K팝 전용 채널 개설이 전부였다.


통신사, 제조사, 금융사와 면담을 갖고 호텔에서 나오는 길 만난 슈미트에게 "한국에 투자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에는 100여명이 넘는 구글 직원이 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투자 계획이 없는 것이냐"고 다시 한 번 묻자 "이미 한국에 투자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국내 기업 CEO들도 구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논의했지만 투자 얘기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슈미트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선물을 갖고 오지 않으면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겠다"던 최시중 위원장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구글은 이윤이 최대 목적이고 돈이 되는 사업에만 투자하는 영리 회사다. 구글이 국내에 투자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국내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우는 소리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슈미트가 이번 방한을 통해 구글의 이익만 취하고 가는 것 같아 얄궂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구글 지갑 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내 이통 3사와 금융사를 만나고, 삼성전자를 포함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키워 준 국내 제조사를 만나 협력을 돈독히 하는 등 자신의 목적은 모두 달성했지만 정작 국내에는 투자 계획 하나 내놓는 성의 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슈미트는 이날 이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한국이 구글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로 감사표시를 했다. 슈미트의 이 말이 립서비스에 그친 것으로 보였다면 지나친 오버일까?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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