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지난 6일 방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이 국내 통신 3사 수장들과 연이어 만났다. 통신 3사 수장들의 표정은 밝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스마트폰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구글이 우리나라 통신 3사에게 전방위 협력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귀국 직후 서울 삼성동 파크 하야트 호텔에 짐을 풀어 놓은 에릭 슈미트 구글 의장은 7일 오전 9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의 면담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하 사장과의 면담은 45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30분 정도가 더 소요됐다.
에릭 슈미트 의장과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 하 사장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이통사 데이터망이 과부화되고 있어 안드로이드폰에서 망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하 사장은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해 이통사들이 연일 망 과부하로 몸살을 겪고 있다"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차원에서 망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해당 서비스를 구글이 직접 개발하는 것은 물론 안드로이드폰의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면서 "구글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근거리통신(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대한 구글의 협력 요청도 이어졌다. 구글은 미국에서 '구글 월렛'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 역시 하반기부터 명동을 시작으로 NFC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국내서도 구글 월렛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부문에서도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하 사장은 이번 두번째 미팅을 계기로 구글과 SKT 최고 경영진끼리 상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을 요청했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별도의 공식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사장은 "숨가쁘게 변하는 모바일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고위 경영진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릭 슈미트 의장은 "긍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하 사장과의 미팅을 마친 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서울 남산에 자리잡은 그랜드 하야트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이석채 KT 회장과의 오찬이 예정돼 있어 서둘러 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인터넷 사업 뿐 아니라 통신산업과의 관련사업에서도 구글과 상호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KT는 지난 2년 동안 혁신적이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고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DJSII) 통신분야에서 글로벌수퍼섹터리더로 선정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이 최근 출시한 모바일 월렛 서비스와 구글의 전략은 통신사와의 관계 및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모바일 광고, 안드로이드 오픈 생태계를 위한 협력방안 및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과의 오찬을 마친 에릭 슈미트 회장은 오후 1시부터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면담을 시작했다.
구글은 이상철 부회장에게도 근거리통신(NFC) 기반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구글 월렛'의 협력을 부탁했다. 이 부회장 역시 구글과 구글 월렛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 및 모바일 전반에 걸쳐 협력을 약속하며 의기투합했다.
통신 3사 수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에릭 슈미트 의장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후 에릭 슈미트 의장은 오후 3시경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위원장을 만나 인터넷 및 통신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석 LG전자 부사장을 연이어 면담할 예정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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