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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접수 접수!" '미친 환율'을 타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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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환딜링룸 피 말리는 요즘

[아시아경제 박민규ㆍ김은별 기자] "20만달러 바이(Buy)" "5.8원(1175.8원) 드릴게요!"
"25만달러 셀(Sell)" "4원(1174.0원)입니다."


27일 오후 2시32분. 전날 13개월래 최고치로 솟으면서 1200원을 넘봤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170원대로 급락하자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1층에 위치한 딜링룸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날은 유로존 해법 기대감, 아시아 증시 급등 마감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이 어우러지며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환율은 전일보다 22.70원 급락한 1173.1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외환 딜러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오늘 환율은 어제보다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환율 상승이 두려운 기업들의 달러 매수 주문이 빠르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노상칠 KB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은 "기업들이 지난 2009년 3월 1500원대까지 환율이 치솟는 것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달러를 사지 못했던 고객들은 환율 오름세에 대비해 달러를 매수하느라 한마디로 '전쟁'이다.


외환거래액이 많은 기업들의 외환거래를 돕는 대고객 딜러(Sales·Customer Dealer)와 은행 간 외환거래를 진행하는 은행 간 딜러(Interbank Dealer)가 다급한 목소리로 주문을 전달하면 스폿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딜러는 "접수했습니다"를 반복하며 주문 넣기에 바쁘다. 시곗바늘이 오후 3시에 가까워 올수록 고함에 가까울 정도의 다급한 목소리들이 어지럽게 오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후 3시다.


장이 끝난 이후 몇 초간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딜링룸은 이내 다시 바빠진다. 이번에는 전화 대신 보이스 박스(Voice Box)를 통해 계속해서 싱가포르 역외선물환시장(NDF·Non-Deliverable Forward) 상황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온다. 이후에도 런던 시장, G7 국가 상황 등을 계속 긴장하며 지켜봐야 한다. 노 팀장은 "장 마감 이후에도 포지션 정리, 손익 보고 등을 꼼꼼히 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출퇴근을 떠나 요즘에는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환율 급변동이 심한 요즘이 외환 딜러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집중도가 높아지는 만큼 육체적인 피로감은 커지지만 이로 인해 거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고규연 외환은행 딜러는 "아직 추세 전환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며 "주식 등 여러 요인들이 달러를 사는 쪽에 예민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변으로 가장 불안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대기업처럼 체계적인 환 헤지가 되지 않아 환율 변동의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수출 위주 기업들은 달러 값이 오르면서 환차익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원자재 비용이 올라 수입 쪽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신규로 해외에서 설비 등을 들여온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소재 섬유 수출입업체 A사는 7월 200만유로(약 32억원)를 투자해 독일산 원단 제직 기계를 들여왔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적잖은 손실을 봤다. A사 사장은 요즘 '피가 마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겐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대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도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1100원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이 그리스를 반드시 살린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이탈리아·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2008년 리먼사태 때처럼 잠재돼 있다가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격이 그때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수입업체의 경우 상품 선물 매수 등의 방법으로 환율 상승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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