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기부 MK의 ‘MOVE 경영철학’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소외된 계층을 살피고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좋은 일이라서가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다. 세계적 추세다. 국제표준화기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기준’을 만들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고속도로 만들기가 한창이다.
5000억원의 사재 출연. 지난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회공헌 기금 기부 소식은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단일 기부로는 최고금액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이 그룹 차원과 별개로 개인 차원의 사회 기여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왔다고 한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앞장선 것이라는 설명.
실력이 아닌 사회 구조에 따라 꿈을 포기하는 인재 양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2007년부터 매년 현대차의 사회공헌 재단인 해비치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바 있다. 보다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일종의 전략적 접근인 셈이다(표·박스기사 참조).
교통사고를 줄여라 ‘세이프 무브’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8년 4월 사회책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발족 1년을 맞아 2009년엔 사회공헌의 방향성과 핵심가치를 구체화한 ‘사회책임헌장’을 제정 선포했다. 신뢰경영, 환경경영, 저소득층 지원, 교통 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은 현재보다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사회책임위원회의 콘셉트는 ‘무브(Move)’다. 함께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교통안전문화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경영과 상생경영, 자원봉사는 기본이다. 기업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세상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저소득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와 의족 등의 보장구 구입비용을 지원해 왔다. 2005년에는 휠체어 슬로프, 회전시트 등을 장착한 차량을 개발해 보급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복지기관에 특수설비를 갖춘 ‘아이마루’를 설치해 장애아동들이 안전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실 현대차의 교통 약자 사랑은 유별나다. 자동차그룹답게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차량 판매보다는 안전을 우선시 한다.
2002년부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과 함께 스쿨버스에 어린이 승하차보호기를 달아주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은 물론 현장사고 방지,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을 골자로 ‘세이프 무브(Safe Move)’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면서 선진 교통환경 구축에도 신경을 쓴다.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교육장인 ‘키즈오토파크’를 만들었다.
부대끼며 봉사한다 ‘해피 무브’
현대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해피 무브(Happy Move)’다. 함께 나누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임직원이 발 벗고 나섰다. 대부분 사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단순한 물품 지원은 하지 않는다. 함께 부딪히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그룹 사회봉사단과 계열사별 봉사단, 가족봉사단, 글로벌청년봉사단 등의 활동과 임직원 동호회 활동을 통해 광범위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그룹 봉사단은 재난구호 전문봉사단으로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만들어졌다.
주요 활동으로는 각종 재난구호, 헌혈 캠페인, 결핵 퇴치 캠페인, 1사1촌 결연 및 복지관 상시봉사, 연말 및 명절기간 봉사, 사회봉사 주간 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해피 무브 글로벌청년봉사단은 해외 각지에서 여러 분야의 봉사활동을 이어나가 자원봉사의 영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방학기간 중 세계 각국에서 2주 동안 환경·지역복지·의료 등 특화된 봉사활동을 펼친다.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활동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2009년 11월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을 설립, 영업 활동에 나섰다. 서민자활 정부지원 금융사업을 돕는 것이 목표다. 미소금융이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곤란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의 소액대출 사업을 벌인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세 상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자활 지원사업인 것이다.
현대차는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내에 1호점(서울지점)과 계동 2호점(중앙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울산에 3호점을 개설한 바 있다. 서울에 지점을 개설하는 타 미소금융재단과 달리 지방에도 지점을 개설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경제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였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대출을 신청하면 대상자 선정 후 연 4.5%의 저리로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창업 컨설팅과 취업정보 및 직업훈련 교육도 제공해 서민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총 2000억원을 출연해 미소금융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사회취약층을 돌본다 ‘이지 무브’
사회적기업의 이지 무브(Eazy Move) 설립은 현대차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회공헌 방식이다. 미소금융이 단순 서민자활을 위한 것이라면 이지 무브는 사회 취약계층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 무브란 기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업 확장 및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기업의 신규 설립을 지원함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사업 확장은 사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의 장이 될 수 있다.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방법과 잡을 곳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경기도와 국내 최초로 보조기구 생산 사회적기업인 ‘㈜이지무브’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보조기구는 장애인과 노인의 삶의 질과 이동편의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도구다. 국내 보조기구 생산업체는 대부분 영세하고,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지무브와 함께 보조기구의 생산·판매 수출을 통해 연간 160억원 이상의 매출과 사회 취약계층의 고용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다양한 산학협력… 미래위한 투자 활발
현대차는 2000년 산학협력기업 엔지비를 설립한 바 있다. 무한 기술개발 경쟁시대에 국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차세대 독자 신기술 발굴과 공동협력의 시너지를 높이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핵심 연구 인력의 육성을 위서였다.
엔지비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다양한 산학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자동차 관련 신기술 분야의 국내외 역량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 프로젝트 운영시스템도 구축했다. 2002년 말부터 차세대 연료전지 연구클러스터 사업에 착수, 2005년엔 신개념 하이브리드 구조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2006년부터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모니터링 사업도 추진했다.
막대한 연구비의 한계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로 끝났던 기술력 개발에 발 벗고 나선 셈.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이야말로 국력 향상으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 해소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길러진 인재들이 사회에 나간다면 또 다른 사회공헌 활동의 근본이 될 수 있다.
현대차가 2001년 시작한 전문기술 교육은 해마다 과정과 인원이 늘었다. 2009년까지 78회 과정에 걸쳐 116차수 3477명을 교육했다. 현대차는 철강 등 소재 및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산학협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2007년 3월 우수 전문대학과 산학협약을 체결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비롯한 신소재 개발을 위한 맞춤형 인재 육성에 나섰다.
2008년 2월에는 현대차인도법인(HMI)이 경북대학교와 국제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지방대학에 글로벌 연수기회를 제공했다.
2008년 4월에는 건국대학교와 전기·전자·컴퓨터·기계 기술이 복합된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는 ‘차세대 자동차 융합기술센터’를 설립했다. 현대차는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자동차 융합기술 연구와 동시에 이 분야의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8년부터 시작한 현대차 대학생 대상 글로벌 마케팅 공모전은 매년 3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모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마케팅 이론을 자동차산업에 적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으며, 수상자들에게는 장학금과 해외 사업장 견학의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적 행보
현대차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06년 현대차 인도재단을 설립, 차량 판매에 따라 기금을 적립하여 다양한 현지 지원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중국에선 교통안전문화 정착 캠페인 같은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였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에리트리아의 보건의료사업 현대화를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내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 활동. 2012년까지 여의도 면적의 15배가량에 달하는 중국 내몽골 지역 사막화를 막기 위한 지원활동이 그것이다. 사막화 방지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업, NGO, 정부가 함께 나선 모범적 사례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이밖에도 이주 노동자 의료비 및 쉼터 지원, 다문화가정 자녀보육시설 지원을 비롯해 미국 판매법인의 미국 내 70개 소아암 연구소 연구비 지원,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의 자원봉사 및 지역문화 발전 지원, 터키에서의 환경보존 및 장학사업, 중국 사천성 대지진 구호 활동, 수단에서의 나귀 수레에 반사경 달아주기 캠페인 등 세계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0년까지 사회책임 부분의 7대 미래상을 정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접근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7대 미래상은 ▲글로벌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 ▲고객에게 행복한 이동성을 제공하는 기업 ▲협력회사에게 신뢰받는 동반자 ▲세계 국가들에게 투명한 기업 ▲주주·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기업 ▲임직원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이해관계자 전체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리더 등이다.
해비치재단은?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소외된 계층을 살피고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좋은 일이라서가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다. 세계적 추세다. 국제표준화기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기준’을 만들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고속도로 만들기가 한창이다.
MK의 5000억… 저소득층 미래인재 지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연한 5000억원은 어디에 쓰일까. 정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통해 지원이 될 예정. 개인 최대 규모의 기부금이 사회공헌에 쓰이게 된 셈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교육을 통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미래 희망 실현의 기회 확대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는 것.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하다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정 회장은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 등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 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면서 “이 같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해비치 재단은 향후 저소득층 인재 육성 및 지원 사업을 재단의 최우선 사업으로 삼아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정 회장의 뜻에 따라 저소득층 인재 육성 및 지원 프로그램을 사회 각층의 의견을 반영,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해비치재단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장점인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어려운 이웃의 자녀들이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상 지원은 학자금 고통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자녀, 사회적으로 소외된 국가 유공자 자녀,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등이다.
이코노믹 리뷰 김세형 기자 fa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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