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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육상톡톡]출전 불발이 아쉽기만 한 ‘영원한 청춘’ 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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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엿새 앞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흥미진진한 볼거리 하나가 날아갔다. 통산 아홉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도전했던 ‘할머니 급 스프린터’ 멀린 오티(슬로베니아)가 대구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400m 릴레이 멤버로 대회 출전을 노렸던 오티는 지난 15일 자국 대회에서 대표 릴레이팀의 일원으로 달렸으나 44초76에 그쳐 이번 대회 기준 기록(44초00)을 넘지 못했다. 오티는 앞서 열린 슬로베니아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도 주 종목인 2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여자 단거리의 ‘영원한 청춘’ 오티는 지난해 8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20회 유럽육상선수권대회 400m 릴레이에 출전해 노장 투혼을 발휘했다. 놀라지 마시라. 오티는 1960년 5월 10일 태어났다. 유럽선수권대회 역대 최고령 선수 기록을 이 대회에서 세웠다. 일찍 자식을 보았으면 할머니도 됐을 나이에 장거리도 아닌 단거리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프린터 기준으로 보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트랙을 누비는 오티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2002년 슬로베니아로 귀화했다.


오티는 1980년 모스크바대회 때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한국이 출전하지 않은 올림픽이기도 하고 30여 년 전 열렸기 때문에 대회 자체를 모르는 신세대 스포츠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스크바 올림픽 200m에서 동메달을 따 카리브 해 나라 여자 선수로는 올림픽 첫 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를 세운 오티는 올림픽에 일곱 번 출전했고 은메달 세 개, 동메달 여섯 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적인 선수이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이 없어 ‘비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1983년 제1회 헬싱키 대회부터 2007년 오사카 대회까지 여덟 차례 출전해 200m와 400m 릴레이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 등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해 남녀 통틀어 최다 메달리스트로 기록돼 있다. 1995년 예테보리 대회 200m에서는 우승을 차지해 대회 최고령 금메달리스트(35세92일)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실내선수권대회와 영연방대회 등 세계 규모 대회에서 딴 메달도 33개나 된다. 100m에서 10초대를 67차례나 뛰었고 57개 대회 연속 우승의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남녀를 통틀어 세계선수권대회 최고령 출전 기록(47세108일)도 갖고 있었으나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48세276일인 불가리아의 여자 원반던지기 선수 엘리나 즈베레바에게 기록을 내줬다. 한마디로 오티는 세계 여자 육상계의 ‘걸어 다니는 전설’이다.


그런 오티가 대구에 오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세월의 무게다. 오티의 100m와 200m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74(1996년)와 21초64(1991년)로 역대 랭킹에서 17위와 4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은 이길 수 없는 법. 최근 100m에서 11초대 후반, 200m에서는 24초대를 뛰고 있다.


오티는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대구에서 열리는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오티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60살까지 현역에서 뛰겠다”며 두 번째 목표인 런던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놀라운 일이다.


국내 여자 선수들도 예전에 비해서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있지만 오티 수준은 아니다. 비교적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농구의 예를 보자. 지난해 11월 광저우 대회에서 중국에 64-70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한 여자 농구 대표팀의 이미선과 변연하, 박정은 등은 서른이 넘은 나이로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30대 초, 중반이다. 물론 전주원은 마흔 직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국내 여자 프로 농구에서 뛸 때 마흔을 바라보던 태즈 맥윌리엄스는 41살인 올해도 미국 여자 프로 농구(WNBA) 미네소타 링크스의에 소속돼 코트를 누빈다. WNBA 최고령 선수다. 그러나 이들도 오티에게는 막냇동생이거나 조카뻘이다.


‘할머니 급 스프린터’가 릴레이 종목이지만 100m를 한국 최고 기록(11초49·이영숙 1994년) 수준의 스피드로 달리는 특별한 장면을 보지 못해 못내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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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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