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게 반했어> 13회 수-목 MBC 밤 9시 55분
공연은 결국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신(정용화)의 제안으로 공연팀은 자비를 털고 일일 찻집을 열어 다시 공연을 준비한다. 하지만 <넌 내게 반했어>는 어른들의 논리로 취소되고 만 100주년 공연을 학생들의 의지로 되살려내는 마지막 미담까지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이사장 딸인 희주(우리) 단 한명 때문에 공연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도 우습지만, 그 취소된 공연을 다시 해보겠다며 브로드웨이로 돌아가기로 한 석현(송창의)를 불러 세우는 학생들과 한 번 생각하는 척도 안하고 다시 잘해보자고 하는 석현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규원(박신혜)이 사소한 일에 울적해지면 신이 노래를 불러주듯, <넌 내게 반했어>는 예쁘고 고운 노래들을 배경으로 갈등을 쉽게 봉합 한 뒤 클라이막스여야 할 공연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보여준 적은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나 열심히 준비했다는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감동은 없다. 그저 갑작스레 희주에게 주인공 자리를 넘기고 뒤에서 대신 노래하는 규원의 이해되지 않는 눈물만 있을 뿐이다. 공연은 얼마간 연습만 하면 없는 돈 모아서 짠! 하고 열 수 있는 이 비현실적인 캠퍼스라는 공간과 연인들이 고등학생 수준만도 못한 스킨십과 간지러운 대사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 이들이 성장할 만 한 여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서 <넌 내게 반했어>는 규원의 성장담이 될 수 없다. 규원이 의지하고 따르던 대상이 할아버지(신구)에서 석현과 신으로 옮겨갔을 뿐, 규원은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 밝게 웃고 걱정이 생기면 잠시 울고 선택은 남에게 미루거나 유예시킨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규원과 똑같이 고민하지 않으면서 문제는 얼렁뚱땅 해결하고, 착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며, 청춘의 열정으로 꿈과 사랑을 이룬다는 오래 전 사라진 판타지만 붙잡고 있다. 이렇게 고민하지 않고 쉽게 살아가는 것이 청춘이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주문을 걸어도, 달콤하게 노래해 주어도 도저히 이들에게 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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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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