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조짐에 놀란 국제 핫머니(투기성 부동자금)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전 세계 금융ㆍ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당분간 피해 있을 안전자산 쪽으로 핫머니가 쏠리면서 브라질, 일본, 스위스가 홍역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 들어섰다. 금과 원자재 같은 실물자산으로 도피할 기회를 놓친 핫머니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통화를 다음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는 지난달 중 158억달러를 포함해 올 들어 모두 557억달러의 해외자본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7.5%에 이어 올해 5% 수준인 견실한 성장세와 두 자릿수의 금리가 핫머니를 유인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금융거래세의 세율을 인상하고 그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핫머니의 과다한 유입과 그에 따른 헤알화 강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스위스도 각각 엔화와 프랑화가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몰려들자 긴급대응에 나서고 있다. 어제 달러당 엔화 환율이 사상 최저 기록(76.25엔)을 위협할 정도로 떨어지자 일본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동시에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제는 프랑화의 초강세로 몸살을 앓던 스위스에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우리나라도 핫머니의 관심 대상이다. 달러화와 유로화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화 표시 채권의 상대적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서구의 핫머니도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자금흐름은 원화 강세를 부추길 뿐 아니라 그 성격상 언제든 급반전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검토만 하지 말고 늦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연초에 내놓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비과세 폐지'와 이달 초 시행에 들어간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썰물에 당하지 않으려면 제방을 높여 밀물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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