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14.3%로 급상승했다. 어린이 비만은 시간이 흘러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어린이 비만의 원인은 운동 부족과 함께 잘못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햄버거, 피자 등 기름기는 많은 반면 영양가는 적은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식습관이 문제다. 그렇다고 무작정 성장기 어린이에게 음식의 양을 줄이거나 선택의 폭을 줄여 체중 조절을 시키면 자칫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어린이가 잘못된 식습관에 길드는 시점은 보호자의 시야에서 처음 벗어나 어린이 스스로 식품을 선택하는 초등학생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영양이나 위생보다는 ‘본인 입맛에 맞는 맛’에 치우쳐 식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또한 어린이가 선호하는 각종 간식과 식사대용식은 자극적인 맛과 중독성이 강해 한번 익숙해지면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린이가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식품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어른 세대들이 가르쳐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식생활 교육을 학교 교과과정에 편입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미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식생활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부 당국이 앞장서서 식생활 교육에 대한 법과 지침을 마련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30년 전인 1981년부터 5년마다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표하고 있으며, 1990년에는 영양성분표시교육법을 제정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01년 광우병과 O-157 식중독 사건을 겪은 이후 2005년에 ‘식육기본법’을 제정했으며 이를 지역사회와 학교, 각 가정에 전파하는 등의 체계적인 식생활 교육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과 함께 민간 기업, 소비자 단체가 힘을 합쳐 식생활 교육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풀무원과 녹색소비자연대가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초등학교 교실을 직접 찾아가 바른 먹거리가 무엇이고, 식품의 성분표시와 유통기한을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가르치는 ‘바른먹거리 확인 교육’이 대표적이다.
지난 해 말부터 서울 시내 일선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바른먹거리 확인 교육’을 운영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소 식생활 교육에 목말라 있던 전국의 학교, 시설, 단체 등에서 교육을 요청하는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25개 초등학교 외에 추가로 전국 5대 광역시 및 수도권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또한 강원, 제주,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많은 교육신청이 몰려 평균 6.5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교육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내년부터 교육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바른먹거리 확인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의 식생활습관 변화도 고무적이다. 식품 표시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이 마트에 가서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를 먼저 꼼꼼하게 살피게 됐고 자연스럽게 안전한 먹거리를 찾게 됐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밌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식품표시, 첨가물, 영양성분 및 식품이력제에 관한 수업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진행한 결과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옛 속담이 식생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릴 적 식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의 주역으로 자랄 것이다. 이에 대한 각계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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