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국가 채무 증액 협상안이 타결, 공표됐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더블딥의 망령이 되살아났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번지는 조짐이다.
글로벌 금융불안을 잠재울 효험 있는 카드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국으로 상징되는 이머징시장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 경제의 추락,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중국마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에 들어간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각국의 주식 값이 폭락하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어제와 그제 이틀간 하락폭이 106포인트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6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채권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였다. 오늘 아침 주가는 진정세를 보이면서 출발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의 경기 움직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이 불안의 진원지다. 미국을 향한 세계의 눈은 부채 문제에서 보다 본질적인 경기 쪽으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큰 수술을 끝냈지만 환자의 합병증이 깊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더블딥 우려를 제기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돌았고 7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2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에서는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가 지뢰밭 한가운데에 들어선 형국이다. 기댈 곳이 없는 만큼 세계 금융불안과 공포는 강약을 반복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만 해도 위기 타개의 묘약이 없는 상태다. 다시 돈을 푸는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외풍을 많이 타는 체질이다. 정부, 기업, 금융기관, 투자자 모두 세계 경제의 위축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없다면 발 빠른 대처만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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