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 시선 쏠렸던 헌재 대심판정
문형배 “피청구인 파면한다”
국회소추위원단 환호, 탄성
대통령 변호인단 말없이 떠나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와!”
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의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읽자 대심판정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판가름 나는 역사적 현장. 이날 오전 11시 정각 문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자 대심판정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듯 했다. 문 권한대행이 선고 이유에 해당하는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는 22분 동안 심판정은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 장외의 열띤 취재경쟁과 시위대 함성과는 달리 대심판정 안에는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만 나지막이 울렸다. 소리는 문 권한대행의 음성밖에 없었고, 움직이는 것은 생중계TV 카메라 뿐이었다.
방청석에는 인터넷 추첨에서 선정된 일반인 20명도 자리했다. 4818.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잔뜩 상기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한 일반 방청객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24분부터 차례로 심판정에 들어섰다. 국회 소추위원단의 정청래 의원,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광범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순으로 자리에 착석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배진한, 차기환 변호사는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오전 11시 “재판관들 입장하십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재판관들이 들어왔다. 문 권한대행과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 등 8명의 재판관이 차례로 입정했다. 재판관들의 속내는 표정에선 드러나지 않았다. 8명의 재판관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정면을 응시했다.
11시1분.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다.” 문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됐고, 대심판정의 모든 사람이 그의 입에 귀를 맞췄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 탄핵 소추 의결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가정적 주장에 불과해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도 없습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방청석을 좌우로 둘러봤다. 동시에 대리인단의 김계리 변호사도 문 권한대행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반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장순욱 변호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11시 10분 탄핵 소추 사유의 중대성 판단 결과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회의 권한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대목이 나오자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 측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부를 빤히 쳐다봤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깍지 낀 두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11시 16분 문 권한대행은 소추 사유가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정문 요지 한줄 한줄에 희비가 엇갈렸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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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22분 주문을 읽은 문 권한대행 등 재판관 8명이 퇴정하자 탄핵소추위원단 변호사들은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와 이진한 변호사는 끌어안고 서로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아무 말 없이 대심판정을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의 운명을 바꾼 22분이 흐른 뒤 헌재 주변엔 “탄핵 무효”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의 함성이 높아졌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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