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에 "임기 못끝내 아쉽다"
민주당 "사과나 반성 없어" 비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했다. 윤 전 대통령 관저 퇴거는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7일 만이자 2022년 11월7일 서초동 사저에서 관저로 옮긴 지 886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9분께 관저 정문을 통과해 21분 만인 오후 5시33분 서초동 사저에 도착했다.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린 윤 전 대통령은 약 4분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후 다시 경호 차량에 올랐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관저 앞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윤석열'을 연호하며 배웅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손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만나 직접 악수를 나눴다. 대학 점퍼를 입고 있는 지지자와는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비공식 추산 1500명이 한남동 일대에 모였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출발하기 전 배웅을 나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과 20여분 간 별도로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임기를 끝내지 못해 아쉽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많이 미안하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고, 정 비서실장은 "강건하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관저에는 대통령실 직원 200여 명이 찾아왔다.
한남동 관저 앞 곳곳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이 "윤 어게인", "사기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트 어게인'(Make Korea Great Again·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라는 영문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건네받은 윤 전 대통령은 이 모자를 쓰고 지지자들과 악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숫자 '1'을 의미하듯 여러 차례 오른손 검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윤 전 대통령은 5시14분께 카니발에 탑승해 한남동을 떠났다. 옆자리에 앉은 김건희 여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은 오후 5시33분께 서초동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정문에 도착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명 지지자가 모였다. 사저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김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했고, 한 지지자는 꽃다발을 건넸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약 40명 규모의 사저 경호팀 편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전하기에 앞서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메시지에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난 이후에도 사저 정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국민의힘 경선을 비롯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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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과 국회, 헌법에 의해 파면된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며 "누가 보면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대통령인 줄 알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자숙하고 참회하며 겸허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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