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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글로벌 투자은행 과욕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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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글로벌 투자은행 과욕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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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동료 중에 곤지암에 사는 부장이 있다. 그 먼 데서 출퇴근을 어떻게 하나 싶지만 그는 씩씩하다. 한번은 뭔 생각이 들어서인지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 봤다고 한다. 스물댓 시간이 걸렸다던가. 흙이 좋아 그곳에 산다는 그는 외모부터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온갖 작물을 길러 그 싱싱함에 빠져 사는 그이지만 올해는 형편이 그렇지 않게 됐다. 지난 비에 밭일을 접었고 이번 비에는 토사가 들어와 수도와 전기가 끊겼다고 한다.


나는 시멘트 덩어리에 갇혀 사는 신세지만 어린 자식들과 재미 삼아 베란다 화분에 상추씨를 심었다. 그런데 이게 영 되지를 않는다. 영양제도 놓고, 흙도 새로 떠다 붓고, 꼬박꼬박 물도 뿌려줬지만 비실비실 자라면서 상추 잎 한 장이 가운데 손가락보다 크지 않다. 정성이냐, 양분이냐, 외로워서냐. 그 고민을 농사꾼 부장에게 말했더니 "물 많이 주지?" 하고 묻는다. "(헉!) 물 많이 주는 거 아닌가? 수경재배도 한다는데?" "물 많이 주면 뿌리가 부실해져서 안 되여. 웃자라고 마는디" 아하, 그렇구나. 웃자라는구나. 영양 과잉에 수분 과다니 '자생력'이 생기지 않는구나. 과욕을 부렸다가는 결실을 맺지 못하는구나. 비단 상추뿐이겠나. 덩어리가 큰 일일수록 의욕만 강했다가는 결과가 뼈아프다. 금융 부문에서는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다가 재앙을 가져 온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3년의 카드 사태, IMF 구제금융의 발단이 된 종금사 문제가 다 해당 금융회사들을 웃자라게 만든 데서 비롯된 일들이다.


수신 기능을 빼고는 거의 무제한으로 금융 업무를 할 수 있었던 종금사들은 외국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와 장기로 굴리면서 미스매칭으로 인해 자금난에 빠졌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외화조달 창구 및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금융기관으로 키우고자 만든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은 초기에는 제재 조항조차 없는 한 장짜리 획기적인 법률이었다. 위축된 소비를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살려보고자 가두 모집을 허용하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카드회사를 지원한 것은 당시 업계 1위인 LG카드의 부도로 연결됐다.


카드 사태의 후유증은 저축은행(당시 신용금고)으로 튀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막히자 신용금고와 상호금융회사를 통해 소액 신용대출을 풀었고 이때 나간 돈의 대부분은 부실화됐다. 이로 인해 신용금고가 줄도산하면서 기능이 크게 위축되자 2004년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이들을 지원했다. 누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들어 저축은행 업계가 다시 위태로워지자 자율적 구조조정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지원책이 마련됐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특히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수도권에 지점을 내주는 특혜가 주어진 것이다. 그 결과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지경으로 연결됐다.


올 초에는 메가뱅크를 키워야 한다며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이 과제다. 자본시장을 더욱 선진화하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탄생할 환경을 만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과욕을 부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국내 투자은행이 '우리 기업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과거 일본에서는 재무성의 은행국, 증권국, 국제금융국 등 3국이 기업들과 함께 개발도상국에 몰려가 원조를 조건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수주했었다.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세계 2위까지 올랐던 경제대국이지만 아직까지 일본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이 자생하지는 못했다.






김헌수 기자 khs3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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