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털린 데 이어 휴대전화가 10시간 가까이 불통됐다.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커 손에 들어가는 사건이 벌어지더니만 이번에는 920만 가입자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사상 초유의 통신불통 사고가 터졌다. 가히 '정보기술(IT) 쇼크'다. 해당 통신사 LG유플러스는 어제 아침부터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MMS(멀티메시지서비스) 등 데이터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전날 저녁부터 음성통화와 일반 문자서비스가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우리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인터넷 등 IT와 서비스 없이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IT와 서비스가 삶 곳곳을 바꾸는 현실에서 IT 쇼크는 곧 경제활동과 의사소통의 마비를 가져온다. 실제로 어제 LG유플러스 통신망을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택시기사들은 결제가 안 돼 승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택배회사도 물류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LG유플러스 휴대전화 이용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 고생했다.
그럼에도 만 하루가 지나도록 사고 원인도 모른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해당 통신업체는 약관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부족한 데이터 인프라가 원인이라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 인프라를 먼저 갖춘 뒤 서비스를 재개토록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 수보다 많은 휴대전화가 보급됐다고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와 산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5177만명 중 3분의 2에 이르는 3세대 휴대전화 가입자(3311만명)는 소방방재청이 제공하는 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를 받을 수 없다. 방재청이 2006년 도입한 CBS가 당시 2세대 휴대전화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맞춰 개발됐으며, 그 뒤 방통위ㆍ이동통신사와 함께 3세대 휴대전화에도 추가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해 포기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컴퓨터와 휴대전화 보급률, 인터넷 이용률이 높다는 것을 내세워 IT 강국이라고 떠벌려선 곤란하다. IT 기기의 보급과 이용률에 맞춰 그 응용 및 보안 기술과 이용문화도 업그레이드해야 진정한 IT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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