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백악관, 中 관세 50~65% 인하"
품목별 차등 부과 방안도 검토
트럼프도 전날 "中 관세 상당히 내려갈 것"
교착 상태 미·중 무역 협상 진전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추가로 부과한 대(對)중국 관세를 종전 145%에서 대폭 낮춘 5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실제 대중 관세 완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그동안 '강 대 강' 대치로 교착 상태에 놓였던 미·중 무역 협상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관세율이 50%로 낮아져도 여전히 초고율이라, 미·중 간 '빅딜'이 있기 전까지는 양국 무역이 사실상 단절된 현 상황이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50~65%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펜타닐 관세 20%, 상호관세 125%로 총 145%의 관세를 매겼다.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당초 50%로 책정했지만 베이징이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재보복에 나서며 관세율을 최종 125%까지 올렸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에서 새로 부과된 대중 관세가 현재 누적 145%에서 절반 이하,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품목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미국 하원의 초당적인 '중국공산당 전력 경쟁 특별위원회(중국특위)'가 제안한 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중국특위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품목에는 35%, 미국 이익에 전략적으로 부합하는 품목에는 최소 100%의 대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5년에 걸쳐 이 같은 관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대중 관세 인하 검토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관세 관련 결정은 대통령이 직접 내릴 것이다. 그 외의 결정은 모두 완전히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향해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고, 전날엔 대중 관세 인하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관세율) 145%는 너무 높다.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0)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름의 하한선을 제시했다. 미·중 관세 전쟁 격화로 금융 시장이 요동치자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중국을 무역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같은 날 미·중 관세 협상 가능성을 낙관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전날 워싱턴 D.C.에서 JP모건 체이스가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행사에 참석해 미·중 간 관세 전쟁은 지속 불가능하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간 협상이 "힘들 것"이라면서도 "(양쪽 모두) 현 상태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온건한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대중 관세 인하 조치까지 예고하면서 미·중 양국이 관세 전쟁을 둘러싼 치킨게임을 끝내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우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백악관의 지속적인 위협이 없다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에서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하려던 기존 입장을 수정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금 뜨는 뉴스
WSJ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요일 발언이 그가 (대중) 정책을 접으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며 "미·중 양국이 합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달과는 매우 다른 변화"라고 진단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