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무더운 한여름이지만 서울ㆍ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에도 거래는 끊기고 집값은 하락세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분양에다 입주 포기까지 겹치면서 주택시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대신 전셋값은 하염없이 오르기만 한다. 서민들로선 죽을 맛이다. 세입자들은 보다 싼 전셋집을 찾아 외곽으로 옮겨야 하는 '전세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재건축ㆍ재개발 이주 수요와 맞물려 한바탕 전세 파동이 일 것이라는 얘기도 적잖이 흘러나온다.
건설업체 또한 지어놓은 집들이 팔리지 않아 시름이 깊어간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확 줄어든 데다 쌓이기만 하는 미분양 물량으로 경영 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230만여명의 고용 흡수력을 지닌 산업이다. 건설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크다보니 건설사 부실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건설사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칫 경제위기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 건설경기 살리기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던 것처럼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완화 조치도 주택경기 연착륙을 위해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택 공급물량 부족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서울ㆍ수도권은 아직도 주택이 많이 부족한데도 거래는 뚝 끊겼다. 미분양이 쌓이고 채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건설사는 주택사업을 기피하게 된다.
이렇게 2~3년 지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주택 공급물량의 부족으로 집값이 또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산업은 수요의 탄력성은 높지만 공급의 탄력성은 낮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침체는 반(反)시장적인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빚은 결과물이다. 따라서 기능이 마비된 주택 거래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주택 수요자의 손발을 묶으면서 실수요자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거래시장 활성화는 중복과세 위헌 논란이 있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의 중과와 대출규제 철폐를 통해 가능하다.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그린스마트 건설 등을 비롯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특화된 상품 개발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실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평면, 커뮤니티, 조경, 편의시설 등 차별화된 맞춤형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고서는 침체한 주택시장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설업은 대내외 경제 여건과 실물경기, 특히 정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천수답과 같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해도 1ㆍ13, 2ㆍ11, 3ㆍ11, 5ㆍ1 대책 등 무려 4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땜질 처방'에 급급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대책은 약발은커녕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에 겹겹이 쳐 있는 거미줄을 걷어내고 시장을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의 룰을 깨는 자는 없는지 감시하고 막힌 곳만 뚫어주면 된다.
고사 위기에 처한 주택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닌 시장경제로의 환원, 즉 정상적인 시장경제로 돌려놓기 위해 그동안 규제로 꽉 막아놓은 물꼬를 터야 할 때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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