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름세가 무섭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오늘 오전 9시 현재 ℓ당 1953.37원으로 전날보다 0.19원 올랐다. 정유사들의 기름 값 할인 조치가 끝난 지난달 7일(1919.33원) 이후 28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서울 지역은 지난달 12일 2000원 선을 돌파한 뒤 2일에는 ℓ당 2028.59원으로 이미 역대 최고가(2008년 7월13일 2027.79원)를 넘어섰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원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기세 좋게 나섰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결국 정유사들을 윽박질러 3개월간 ℓ당 100원 내리도록 한 게 고작이다. 이마저도 실제 인하 폭은 50원 대에 그쳤다.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한 단속만으로는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 됐다. 얼마 전 대안 주유소 설립, 대형 마트 주유소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뛰는 기름값을 멈추게 할 근본 대책이 되지 않는 설익은 아이디어라는 쓴소리만 들었다.
요즘 치솟는 기름값을 보면서 의아해 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인데 왜 130달러 때보다 기름값이 비싼가 하는 점이다. 이유는 세금에 있다. 3년 전에는 세금을 내려 부담을 줄였던 것이다.
정부도 이쯤에서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정부가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겠다고 할 만큼 기름값 문제를 심각하게 봤다면 기름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제 유가의 강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만큼 유류세를 인하한다 해도 체감하기 어렵고 세수만 줄어들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계속된 기름값 상승으로 2분기까지 당초 예상보다 2조원가량의 세금이 더 걷혔다고 한다. 유류세를 내려도 세수 감소분을 보전할 충분한 여력이 생긴 것이다.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기름값 상승으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하루하루 생업을 위해 차를 몰고 다녀야만 하는 자영업자, 서민이다. 유류세를 내려 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친서민이다. 이제 그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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