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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은 무르익는데…끝나지않은 大-中企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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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기업·협력사의 특허침해 공방
한쪽은 빼앗겼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빼앗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진실은 무엇일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부르짖는 요즘, 대기업과 힘겨운 공방을 하는 이가 있다.
문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꼭 힘겨루기의 모습만 있는 것일까?


지난 6월21일 MBC ‘PD수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없는 업계 행태와 내막을 밀착 취재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낸 특허 기술을 대기업에게 빼앗긴 중소기업 사장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순수하게 기술을 연구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던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기업의 교묘한 수법으로 인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는 동안에도 또 한사람의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과 특허침해 문제로 공방 중이었다. 그 공방의 진실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주장과 대기업의 항변이 너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합창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상생을 느끼기에는 너무 큰 거리감이 존재한다.


상생은 무르익는데…끝나지않은 大-中企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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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측에서 무단 도용 특허권 침해”


인천에서 ‘범창공업사’를 운영했던 고기목 사장은 요즘 울분의 시간을 참고 있다. 15년 넘게 LG전자와 거래를 해오던 그는 이제 LG전자에 대해 ‘애증 덩어리’라고 토로했다.


그는 LG전자의 1차 벤더로서 냉장고 콤프레셔 핵심부품인 밸브플레이트를 납품했었다. 그런 그가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발명한 특허를 LG전자 측에서 무단 도용해 특허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자신이 개발한 특허제품(특허권 고남열·고기목 사장의 아들)을 납품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던 중 LG전자에서 냉장고의 출하량이 늘어나 밸브플레이트의 공급이 부족하므로 밸브플레이트를 제조할 수 있는 특허 금형을 빌려줄 것을 당시 박모 구매부장이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납품을 하고 있던 협력업체의 처지로 금형 대여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3개월의 기간을 정해 2005년 9월14일 금형을 무상으로 대여해주었는데, 기간 내 금형 반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수차례 반환요청을 반복하자 2009년 2월24일에야 금형을 돌려받았다. 이에 고기목 사장은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LG전자에서 임의로 금형을 사용했고 또한 특허 금형을 무단 복제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창원공장에서 밸브플레이트를 생산할 것이란 약속을 어기고 경북 구미의 D금속에 일방적으로 금형을 넘기면서 자신의 금형이 카피되었다고도 했다.


고 사장은 이 같은 주장을 LG전자 정도경영팀 및 최고 경영진에게 서신으로 탄원을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과는 LG전자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대한 법률’ 위반혐의로 조사에 나섰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상생은 무르익는데…끝나지않은 大-中企분쟁


상생은 무르익는데…끝나지않은 大-中企분쟁


“범용화된 기술 탈취 주장은 억지”


그러나 LG전자는 억울하다는 항변이다.
범창공업사에서 납품받은 밸브플레이트는 프레스 가공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범창의 기술을 탈취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LG전자가 기술을 빼앗지 않더라도 다수의 공급업체들로부터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는 부품이고, 대체한 구미의 D금속은 이미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높은 관리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LG전자 측은 “2005년 당시 D공업사는 품질 불량률이 범창의 1/7 수준이었고, 이후 3년간 1/3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만큼 품질관리 역량 측면에서 범창보다 우수한 면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2005~2007년 품질불량율 비교표 참조).


LG전자는 “부품을 구매하는 기업이 해당부품을 생산·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생산기술을 탈취하고자 한다면, 구매기업이 해당 생산기술을 직접 보유하고 활용해야 할 필요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기술 탈취를 통해 구매기업이 경제적인 이득(예 : 납품가격 인하)을 얻기 위한 경우”라면서 “범창공업사가 해당 밸브플레이트 ‘5280C-0017A’를 당사에 납품한 단가는 114원이었으며, D금속으로 납품업체가 변경된 이후에도 가격은 동일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특허심판원에서 ‘압축기용 밸브플레이트의 토출밸브 시트 제조방법 및 장치’의 권리 범위 확인 소송을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라는 심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전자가 납품업체를 변경한 사유는 “당시 김치 냉장고 성수기를 맞아 신제품 출시를 앞둔 거래업체에서 압축기를 차질 없이 생산,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범창공업사가 생산 납품하는 밸브플레이트의 품질 불량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관련업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범창공업사와 합의하여 D금속으로 해당 납품업체를 변경한 것일 뿐, 기술 탈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상생은 무르익는데…끝나지않은 大-中企분쟁 허위계약서 논란이 일고 있는 LG전자와 범창공업사간의 거래기본계약서 사본.


“불량률 7%대의 협력사 어디 있나?”


그러나 고 사장은 이런 LG전자의 논리를 반박한다.
우선 고 사장은 “당시 납품했던 밸브플레이트가 어디서든 공급받을 수 있다면 LG전자 창원공장과 가깝고 프레스 기술이 뛰어난 구미의 D금속에서 처음부터 납품을 받지 왜 거리상 멀고 불량률이 높은 인천의 범창공업사와 거래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의 기술이 꼭 필요했거나 구매직원이 범창공업사를 꼭 돌봐줘야 할 이유가 있거나 하는 두 가지 경우 외에 어떤 말로도 설명이 힘들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범창에서 납품한 부품이 3년여에 걸쳐 불량률이 7%대에 이른다는 통계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변명”이라면서 “품질관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LG전자에서 불량률 7%대의 부품을 납품받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난 2009년 2월 영등포경찰서에서 LG전자와 D금속이 특허법위반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으면서 LG전자의 이모 특허부장이 본인이 하지 않은 계약과 참석하지 않은 장소에서 합의를 했다고 허위주장을 했는데, 이후 LG의 정도경영팀에서도 이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사과를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LG전자 정도경영팀과의 미팅에 같이 참석한 김진석법률사무소의 조창진 사무장도 이 같은 내용을 같이 들었다고 확인해줬다. 이처럼 LG전자와 고기목 사장의 특허권 침해 공방은 아직도 그 진실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쉽게 해결될 기미도 없다.


고 사장이 “LG전자가 경찰서에 내놓은 기본계약서가 허위라는 주장과 단순 거래업체 변경이 아닌 기술 탈취”라고 주장하는 부분, LG전자의 “기본계약서는 인증원에서 확인받은 것이며 PDF 출력본과 텍스트 출력본의 차이일 뿐”이라는 주장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서류를 찾아봐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세밀하게 살펴보고 결과를 도출하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15년 동안이나 거래를 유지했던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불협화음으로 끝날 일만은 아니다.


미세한 문구나 논란을 따지기보다는 전체의 그림을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서로의 주장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기술을 침해하는 파렴치한 행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적법하게 처리된 일을 시간이 지난 후에 들춰내어 대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억지 주장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왜 끊임없이 반복되는가이다. 대기업의 논리대로 수만 가지의 부품들을 대기업이 직접 생산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이 모든 부품의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는 제품의 성능이나 가치를 혁신적으로 높이거나 소비자의 선호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기술과 부품의 개발·생산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여타의 부품들은 좋은 품질과 가격으로 필요한 시기에 해당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에 있는 업체가 공급하는 경우나, 당 기업만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의뢰할 경우, 제품의 성능이나 가치를 혁신적으로 개선시켜 별도의 기술료 협의가 필요한 부품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해당 기술을 당 기업이 직접 보유하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보다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조항처럼 일을 추진할 때도 관련 협력업체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상생의 하모니’ 울릴 수 없을까?


한편, 지난 6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정도경영과 이에 대한 단호한 조치 등 의지를 밝혔다. 구 부회장은 “5월부터 개설한 메일 계정을 통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가운데 정도경영에 대한 제보가 적지 않다”며 “제보 사례가 확인되면 일벌백계로 단호하게 조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도경영은 글로벌 1등 LG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행동 방식”이라며 “아직도 위반 행위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LG는 그룹 차원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이렇게 붉어진 특허침해 공방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아닌 ‘상생의 하모니’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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