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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의 시민 '희망버스'타고 부산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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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지난달 27일 채길용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과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ㆍ합의했다. 6개월 넘게 지상 35m 85호 크레인 조종실에 올라서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남겨둔 채다.


2009년까지 10여년간 43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한진중공업은 517억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경영난을 이유로 12월 15일 400명의 근로자를 정리해고 대상에 올렸다. 2010년은 상근이사 4명의 개인 연봉이 전년대비 177% 오른 3억9000만원에 달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20일 시작되어 6개월 가까이 이어온 파업은 170명의 정리해고자를 남겨둔 채 노사협상과 함께 철회되고 7월 4일 회사는 정상화되었지만 여전히 현장 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오를대로 오른 상근이사의 급여도 정리해고 발표 바로 다음날 174억의 주식배당을 결정한 경영진도, 경영진의 경영과실에 근로자의 생계가 저당잡힌 현실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에겐 3년간 수주 실적이 없다며 정리해고에 나섰던 회사가 노사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인 6일 컨테이너선 4척과 군수지원정 2척을 수주했다고 밝힌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사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187일째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6명의 해고 근로자와 함께 올라 있다.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한여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의 실내온도는 40℃를 넘나 든다. 지난해 단식투쟁으로 이미 정상적인 소화기능을 잃은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이들 농성 근로자는 한 번의 식사를 위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노사협의문에 따른 법원의 행정대집행으로 아무도 크레인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9일, 10일 양일간 전국 각지의 시민 1만여명이 195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부산을 찾았다. 버스에 나눠 탄 이들은 국회의원부터 직장인, 실직자,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부산으로 보낸 원동력을 IMF 이후 일상처럼 변해버린 고용불안의 절박함에 대한 공감에서 찾았다.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는 이들이 맘 속에 품은 '경영진의 경영실패를 근로자가 생계로 책임져야할지 모를 공포'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저상버스가 아니면, 장애인콜택시가 아니면 집을 나서는 것조차 힘겨운 장애인들마저 전동휠체어를 트럭에 나눠싣고 희망버스에 올랐다.


이례적인 시민들의 행렬에 미국CNN을 비롯한 중동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들도 주목했고,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美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마저 "희망버스 1만명 시민들의 노동자들을 위한 자발적 연대는 '못 믿을 경이로운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진중공업의 근로자를 넘어, 1만여명의 시민, 세계의 관심이 담긴 이 행렬을 맞이한 것은 경찰의 차벽이었다. 93개 중대 7000여 병력이 시민들과 85호 크레인 사이를 막아서고, 서울에서 공수된 물대포차량은 시민을 향해 10일 새벽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아내며 50명을 연행했다. 경찰이 '극렬한 시위자'라고 밝힌 연행자엔 심상정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 장애인과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달 11ㆍ12일의 1차 희망버스 1000여명, 이달 9ㆍ10일의 2차 희망버스 1만여명,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연스럽게 모여든 시민들은 비록 이번엔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크레인 속 근로자들을 마주할 수 없었지만, 다시 3차 희망버스를 준비하고 크레인 위의 그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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