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훈민정음 해례본' 도난, 어떻게 된 일일까

시계아이콘01분 1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훈민정음 해례본' 도난, 어떻게 된 일일까 2008년 7월 공개된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왼쪽)과 국보 70호인 서울 간송미술관 소유 '안동본 훈민정음 해례본'(오른쪽).
AD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2008년 7월 또 하나의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이 발견됐다. 경북 상주시에 사는 한 40대 남성이 집을 수리 하다가 고서 더미에서 우연히 찾아낸 것이었다.

이 상주본 해례본은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서울 간송미술관 소장 안동본 해례본과 동일한 목판 인쇄본이었다. 훈민정음의 음가와 문자 운용법을 적은 예의(例義) 3장과 서문의 마지막 장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지만 상태가 좋아 국보급으로 평가됐던 상주본 해례본이 발견된 지 3년 만에 도난품으로 밝혀졌다.


9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사건은 배모(48)씨가 조모(66)씨의 골동품 가게를 찾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고서에 관심이 많아 수집을 즐겼던 배씨는 조씨의 가게에 갔다가 눈에 띄는 고서를 하나 보게 됐다. 틀림없는 훈민정음 해례본이었다.

조씨가 그 고서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걸 모른다고 확신한 배씨는 2008년 7월26일 대담하게 범행에 나섰다. 조씨의 가게에서 고서 2박스를 사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몰래 다른 고서들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배씨는 그렇게 30만원을 주고 상주본 해례본을 빼돌렸다.


배씨의 대담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범행 이튿날 배씨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고서 하나를 문화재로 지정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상주시청 문화체육팀 공무원에게 상주본 해례본 가운데 일부를 보여주며 문화재 지정절차를 문의하기도 했다. 며칠 뒤 배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집수리 도중에 이 고서를 발견했다'고 말해 상주본 해례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방송을 본 조씨가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이 해례본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졌다.


진정과 고소, 가처분 신청, 소송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배씨는 상주본 해례본 실물을 꼭꼭 숨겨가며 공개를 거부했다. '상주본 해례본은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고서들 가운데 하나다'라고 주장하는 배씨에게 조씨는 '상주본 해례본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것으로, 가게에 보관하고 있던 것을 배씨가 훔쳐간 것'이라고 맞섰다.


상주본 해례본의 진짜 소유주를 밝히려 수명의 증인이 여러 차례 법정을 찾은 것을 비롯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됐다. 3년 가까이 계속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이 이날 확정 판결을 내렸다. 배씨가 조씨의 가게에서 고서 2박스를 사면서 상주본 해례본을 몰래 끼워 넣는 방법으로 훔친 사실이 인정되므로, 배씨는 조씨에게 이 해례본을 돌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


배씨는 현재 상주본 해례본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화재청 등은 이 해례본이 훼손되거나 국외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배씨가 조씨에게 최대한 빨리 인도해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조씨는 상주본 해례본을 돌려받는대로 이를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