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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 ‘9.0의 강진에 평점 9.0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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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역시 일본이었다. 일본은 진도 9.0의 강진을 극복해내면서 전세계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일본이 전 세계 지진 관측 역사상 4번째로 강한 지진을 겪는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것은 역시 '지진 대비 행동요령'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시민 의식'이었다.


지난 11일 지진 당시 일본 하치노에 중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잦은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된 일본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건물이 흔들리자 학생들은 몸을 낮게 낮추고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간간히 여학생들의 짧은 비명 소리들이 들렸지만 서로에게 의지한 채 교사의 지시를 따랐다. 외신들은 멈춰 선 열차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다 "걸어서 다음 역까지 피난하겠습니다"라는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줄을 맞춰 철로를 걸어가는 모습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재난 상황에서의 시민의식도 일본다웠다. CNN 등 외신들은 "일본인들은 뒷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사가는 극도의 침착함을 보였다"며 "구호품을 배급받을 때도 순서를 기다려 하나씩만 받아갔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3일째를 맞으면서 사태 초반 일부 지역에서 벌어졌던 사재기 현상은 자취를 감췄다. 외신들은 도쿄 등 대도시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에는 라면과 빵, 음료수 등 생필품이 다시 채워졌다고 전하고 있다.


외신 기자들이 전하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부 국가들이 재난 상황을 맞이했을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약탈이나 폭력을 왜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지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1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의 로라 킹 기자는 지진으로 가옥이 흔들리면서 넘어진 책장에 발목을 크게 다친 히로코 야마시씨는 응급조치를 위해 찾아온 의료진에게 거듭 미안함을 표한 뒤 "나보다 먼저 찾아갔어야 하는 사람들이 없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는 "일본이 강진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지진에 따른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있었고 정부의 방침에 잘 따랐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이런 대규모 피해상황에서도 일반 시민이 질서를 유지하고, 별다른 일탈사례가 없었던 점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일본의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도 제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단층의 파장 감지에 근거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진동을 느끼기 15초 전에 국민들에게 지진 경보를 내려 대피를 유도했다. NHK를 비롯한 TV 방송도 대지진을 경고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지진 전문가인 데니스 밀레티 전 캘리포니아 지진안전국장은 일본에 대해 전 세계에서 건물 내진 설계 등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하는 국가로 꼽으면서 "지난해 가장 취약한 국가인 아이티에서 22만명이 희생된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국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지진 소식을 접한 한국내 일본인들은 불안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일요일인 13일 오후 국내 일본인 다수가 모여 사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ㆍ서빙고동 일대 교회에서는 참사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위로하기 위한 예배가 잇따라 열렸다. 매주 일요일 일본어 예배가 열리는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 모인 40여명의 일본인들은 고국에서 일어난 일에 비통한 표정이었다.


예배에 참석한 일본인 아오야마 슈지(39)씨는 "신문을 보니 사람들이 가족과 눈앞에서 헤어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왜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 일대 호텔과 쇼핑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관광객들끼리도 마주치기만 하면 상대 가족이나 친지의 안부를 묻는 등 지진 사태에 대한 두려움을 서로 나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옥에도 티는 있다.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부분에서 일본은 비판을 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언론은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일본 원전의 '안전신화'가 무너졌다고 탄식하면서 일본 정부의 부실대응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3일 정부와 전력회사는 그동안 일본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고 강조해왔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1호기 폭발로 안전신화가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도쿄신문도 '쓰나미의 피해로 발전기가 다운됐다'는 단순한 사고가 세계 최대급의 원전 사고로까지 발전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자국 정부의 사전 대책 미흡과 때늦은 대피 지시, 정보전달 지연 등 부실한 대응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발생 5시간 후에야 이뤄지면서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불만이 여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대피 지시도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주변의 대피범위를 20㎞로 하라고 지시해놓고도 관방장관 회견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아 주민들에게 혼란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예보에 오점을 남겼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의 2차 피해인 쓰나미 도달 시간을 당초 지진 발생 시각인 오후 2시 46분에서 2시간 후인 5시경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쓰나미는 이미 3시 30분경부터 일본 태평양 연안 도시를 덮치기 시작했다. 예상 규모 역시 미야기 현(10m)을 제외하고는 모두 1~6m로 예상했지만 점점 예보수준을 높여 거의 모든 태평양 연안에 10m급이 쓰나미 경보로 확대했다.


물론 이번 지진은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만큼 파괴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진의 에너지가 워낙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력적이어서 기상청이 예상한 쓰나미 도달 시간이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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