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제약사와 의료계간 리베이트 고리를 끊으려는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제약계와 의료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산학 협력을 통한 의학발전이라는 순기능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공정경쟁규약 실무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은 제약사가 국내외 학술대회에 의사들의 참가를 지원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할 때 항공편은 이코노미석, KTX는 일반석, 버스는 우등에 준하는 운임만을 제공토록 했다. 그 외 식대는 1인당 5만원, 숙박비 20만원(해외 35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지금까지 관례에 비추어 지원 가능폭이 크게 축소됐다.
지원대상이나 금액이 줄어든 데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한 의료인들의 학회 참여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해외학회에 한국인 참가 의사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우수 포스터(전시용 논문)에 선정돼 학회로부터 참가비를 지원받게 된 연구팀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례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신 의학정보 교류라는 순기능까지 악화시킬 우려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대 제약사 CEO들은 19일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설날을 보름가량 앞두고 선물 가능 여부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마련한 쌍벌제 하위법령에는 '명절선물'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의 문제제기로 삭제된 바 있다. 반면 복지부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의 선물'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해석이 제각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반적인 상거래에 비추어 제약업계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한 게 사실"이라며 "더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현실적인 지침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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