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10시 15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가라파 스타디움서 호주와 2011 아시안컵 C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호주의 대결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팀은 전력과 명성 등 모든 면에서 아시안컵 출전국 중 가장 앞서있다. 해외 베팅업체도 한국과 호주의 우승가능성을 각각 1, 2위로 매길 정도.
한국과 호주는 이미 앞선 1차전에서 각각 바레인과 인도에 승리해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이날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팀은 사실상 8강행을 확정짓는다.
더불어 8강에서 D조 1위가 유력한 이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날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특히 한국은 지난 1996년 대회부터 4개 대회 연속으로 이란과 8강에서 만난 악연이 있어 더욱 피하고 싶은 상대다.
조광래 감독은 다양한 전술적 복안을 통해 호주전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각오다.
▲ 4-1-4-1 포메이션
조광래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12일 훈련을 통해 스페인식 4-1-4-1 포메이션을 가동시켰다.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는 구자철(제주)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섰고 그 아래를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가 받치는 정삼각형의 미드필드진을 구성했었다.
반면 이날 훈련에서는 구자철과 이용래가 전진 배치되고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역삼각형의 미드필더진을 선보였다.
이는 앞선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체격과 힘을 앞세운 선 굵은 축구의 호주를 상대로 중원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나아가 더욱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조 감독의 생각이 투영된 결과다.
기성용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은 어색하지 않다. 소속팀 셀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어린 시절 호주 유학을 통해 호주 축구의 특성을 몸에 익혔다. 스코틀랜드의 거친 축구도 경험해 힘을 앞세운 호주를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호주는 롱패스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 자칫 한 방의 역습에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짧은 패스와 강한 압박으로 중원에서부터 우위를 점하고, 점유율을 높여 상대 공격 빈도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은 효율적인 공략법이 될 수 있다.
▲ 맞춤형 스리백 전술
반면 대표팀은 13일 훈련을 단 15분만 공개했다. 이례적인 비공개훈련은 호주전을 대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맞춤형 스리백 전술 시험을 위한 시간이었다.
스리백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표할 필요는 없다. 장신의 호주 투톱 공격수를 막는 데는 중앙 수비수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더 적절하다. 조 감독이 곽태휘(교토)를 대신할 카드로 조용형(알 라이안)보다 황재원(수원)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재원은 신장과 힘에서 조용형보다 앞서고, 포항 시절 스리백을 진두지휘하며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더불어 2002한일월드컵을 통해 드러났듯이 3-4-3(혹은 3-4-2-1)은 전형 특성상 토털사커를 통한 압박과 공격축구에 굉장히 유용한 포메이션이다. 치열한 중원 경쟁은 물론 호주의 측면 공격을 막기에도 적절하다.
이를 바탕으로 조광래 감독은 기존의 공격력은 유지하면서 수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나름의 히든 카드로 변형 스리백을 준비하고 있다. 맞춤형 스리백 전술은 상황에 따라 앞서 언급한 4-1-4-1과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스리백에서 중앙 수비수의 전진보다 볼이 있는 쪽 수비수를 전진시키면서 공격가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시도했던 '포어 리베로'와는 다른 전술이다.
즉 스피드와 대인방어가 좋은 수비수를 스리백의 좌우에 세워 이들의 전진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막는다. 이후 공격시에는 이들 중 한 명이 곧바로 윙백처럼 전진해 공격에 가담한다. 이때 측면 윙백인 이영표-차두리가 적절한 커버 플레이로 상대 역습에도 대비한다.
이런 전술은 조 감독이 지난해 11월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호주의 평가전을 직접 관전한 결과다. 그는 "장신의 호주 투톱을 이집트 스리백이 막았다. 이집트는 한 명이 마크하고 다른 한 명이 볼을 처리하면서 호주 공격을 막았는데 우리에게 유용하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이 경기에서 호주는 이집트에 0-3으로 완패했다.
▲ '조커' 손흥민의 적극 활용
호주 수비라인은 장신인데 반해 스피드가 떨어진다. 4-0으로 완승했던 인도전에서도 호주 수비진은 상대의 발빠른 배후 침투에 종종 공간을 내주곤 했다.
손흥민은 이런 호주 수비진의 빈틈을 공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적극적인 공간 침투와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는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중반부터 빛을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문전에서의 침착함도 갖추고 있어 호주전 '한방'이 예상된다.
지난 바레인전에서 손흥민은 후반 23분 교체 출장했다. 하지만 후반 40분 곽태휘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다시 조용형으로 교체돼 기량을 펼칠 시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만큼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물론 손흥민 외에도 탁월한 골결정력의 유병수(인천)와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도 상황에 따라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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