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화려한 '발' 재간을 뽐내 화제다.
지난 15일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선수촌. 트레이닝복 차림의 투수 윤석민, 양현종(이상 KIA), 임태훈(두산)은 각자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야구 훈련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은 족구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상대는 최근 세계 최강 자리에 오른 여자축구대표팀. 인터넷 등이 터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 따분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급조된 경기였다.
여자선수들은 경기 전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투수 3인방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움직임을 세세하게 관찰하며 실전에서의 작전을 구상했다.
치밀한 계산까지 동원된 건 내기로 걸린 컵라면 때문이었다. 선수촌에서 라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선수 대부분이 현지 음식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팀 한 선수는 “식당 밥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1년 동안 먹을 햄버거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김현수는 소속팀 두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컵라면을 보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생존(?) 여부가 걸린 대결이었던 까닭일까. 경기는 여자축구대표팀의 압승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빙으로 전개됐다. 야구 대표팀은 첫 세트를 내줬지만 다음 세트를 챙기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민과 양현종은 안축 감아주기, 발등 감아주기 등의 서브 기술 구사로 여자선수들의 허를 찔렀다. 둘은 이마 받기, 안축 받기, 발등 받기 등으로 수비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공격을 책임진 건 임태훈이었다. 가위차기, 발코 차기 등 현란한 발놀림으로 상대의 탄탄한 방어노선을 허물어뜨렸다.
하지만 결과는 2-1, 여자축구대표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세 선수는 마지막 3세트서 듀스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아쉽게 컵라면을 빼앗기고 말았다.
경기 뒤 임태훈은 “소림 족구였다”며 “비록 졌지만 구경하던 선배들이 모두 잘했다고 칭찬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팀은 16일 오후 재대결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날 야구대표팀과 여자축구대표팀이 각각 파키스탄과 요르단을 상대로 예선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주축선수로 활약했던 임태훈은 “두 팀 모두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어 부상선수가 나오면 안 된다”며 “설욕전은 당분간 치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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