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금으로부터 2200년전.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던 로마와 카르타고. 세대를 거듭하며 세력을 키워만 가던 로마는 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바로 카르타고의 불세출의 명장 한니발 때문입니다.
한니발은 나폴레옹보다 2000년 먼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진격, 당시 로마를 공황상태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3만명의 카르타고군으로 8만명의 로마군을 괴멸시킨 칸나에 전투는 아직까지 포위섬멸전의 교본으로 불립니다.
이 한니발을 자마 전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물리치고,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의 영웅 스키피오. 카르타고는 한니발의 패퇴 이후 결국 멸망을 하게 되는데, 불타는 카르타고를 보고 스키피오는 로마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사상 최대의 적을 멸망시킨 승전국의 사령관이 본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스키피오의 말을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천년의 영화를 구가하던 카르타고가 오늘 밤 한줌 재로 변하는 것을 보고 로마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그의 말이었다는군요.
노자의 도덕경에 '공성명수신퇴 천지도(功成名遂身退 天之道)'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공적을 이루고 명예를 완수한 다음 몸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는 뜻입니다.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의 한신이 이를 지키지 못해 결국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 하나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요. (토사구팽을 처음 말한 사람은 춘추시대 월나라의 '범려'입니다.)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마 중 하나인 발광다이오드(LED) 테마에 급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공급부족에 계속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이던 업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며 관련주들이 급락했습니다.
LED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20일 한국투자증권이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LED
관련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2010년 하반기에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LED 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 증권사 장윤수 애널리스트는 "LED가 성장 국면이 짧고 굵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 측면 리스크가 더 크고, 업체간 경쟁은 더 치열할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 해소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2011년, 즉 내년이면 수급불균형이 완화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이익모멘텀 둔화 위험이 있거나 (LG이노텍-비 LED부문 이익 둔화) 업황 둔화에 대한 내성이 검증되어야 할 종목 (루멘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고했습니다.
이 리포트에 LG이노텍과 루멘스는 바로 급락했습니다. LG이노텍이 4.26%, 루멘스가 9.68% 하락마감했습니다.
LG이노텍은 지난 2월 중순 7만8000원대에서 최근 20만원선을 눈앞에 둘 정도로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새로 보고서를 낼때마다 목표가를 올려야 했습니다. 상승의 피로감을 느낄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를만큼 올랐다는 리포트라 더 충격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LED 시장을 좋게 보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니 여전히 다수가 LED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대우증권은 "LED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판을 만드는 사파이어잉곳 등 원재료도 부족한 상태"라며 "원재료를 조달하기 어려워 1년 정도의 단기간 내에 가격인하를 불러올 만한 공급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LED칩 수요가 급증으로 올 1분기 국내에 유통되는 2인치 기준 사파이어 웨이퍼 가격은 8.6%(전분기 대비) 올라 LED 패키지 등 완제품 가격인상도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LG이노텍 목표가를 23만원으로, '매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성장동력인 LED는 대규모 투자로 칩 생산능력의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고, LED TV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花無十日紅)란 말도 있지만 좋은 주식은 사놓고 기다리면 눈덩이(Snowball)처럼 커진다는 워런 버핏의 명언도 떠오릅니다. 변곡점에 선 LED 테마주. 어느 쪽에 베팅할 것인가는 결국 투자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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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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