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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서 "베드신-노출, 눈치 보는 게 창피했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채민서는 잔뜩 굶주린 맹수처럼 보였다. 18일 개봉한 영화 '채식주의자'의 채식주의자 영혜 역과는 전혀 상반된 인상이었다. 영화를 찍기 위해 8kg을 감량해서 생긴 배고픔은 아닌 듯했다.


채민서의 허기는 좋은 작품, 좋은 연기에 대한 것이었다. 전신노출, 노골적인 성적 묘사, 보디페인팅 등 여배우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작품인 '채식주의자'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오로지 그 때문이었다.

영화 '채식주의자' 개봉에 맞춰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채민서는 "좋은 작품이라면 노출이 있다고 해서 피할 이유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 축제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았을 정도로 '채식주의자'의 완성도가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그의 자신감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감독이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영화는 아니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육식 강요에 채식주의를 선언한 영혜와 비디오아트를 하는 형부 민호(김현성 분) 그리고 동생을 보살피는 언니 지혜(김여진 분)가 영화의 세 주인공이며, 이들의 복잡미묘한 내면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을 만나선 바로 '저, 다이어트하고 있으면 되는 거죠?'라고 말했을 정도였죠. 감독님은 저 외에 다른 배우도 만나보고 싶었겠지만 다음날 저녁에 저와 찍겠다고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전화 끊고 집안에서 소리지르며 뛰어다녔죠.(웃음)"


채민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8kg을 감량했다. 마른 체형에 8kg 감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기를 참는 것도 고역이지만 역류성 식도염에 고생해야 하는 것도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8시간 동안 눕지도 못하고 보디페인팅을 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딱딱한 바닥에서 베드신을 찍느라 느꼈던 통증이 차라리 더 나았다.


"노출 연기가 처음부터 편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 탈의하고 보디페인팅한 맨몸으로 누워 있는데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스태프들이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대하니까 '넌 영혜잖아, 너 정신 못 차렸구나' 하는 생각에 창피했어요. 멋있게 도전하자고 생각했죠."



버짐이 필 정도로 거칠어진 피부에 3층 계단을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건강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생각만으로도 채민서는 뿌듯할 것이다. 영화 첫 시사 후 이어진 주위의 칭찬도 한몫 했겠지만 그는 "개봉하고 10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무런 평가도 듣지 않겠다"며 "오로지 관객의 평가만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채식주의자'는 배우 채민서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재능을 맘껏 펼쳐보인 작품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입담 때문에 '4차원'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그는 "영화 속 영혜와 닮은 부분도 꽤 많다"며 "내 안에는 여러가지 감각과 신경이 있기 때문에 '채민서는 이러저러한 건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챔피언'에 캐스팅돼 촬영을 시작했던 것이 2001년이니 채민서가 배우로 산 지도 벌써 햇수로만 10년째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20대를 회상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독백처럼 말했다.


"20대엔 한 게 없어요. 올해 서른인데 '채식주의자'는 20대의 마지막 작품이죠. 저는 지금이 더 좋아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될까 생각하고 싶어요. 잘 모르겠어요. 숙제겠죠.(웃음)"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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