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국가대표주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코스피는 반락했다. 1700선을 상향 돌파한지 하루만에 큰 폭의 하락세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6일 대비 21.87포인트 떨어진 1683.45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같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우려는 성급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국내 증시의 상승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외국인의 시각에 큰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적어도 전고점을 의식해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를 살펴볼 경우 미국을 포함한 60% 가량이 지난해 고점을 상향 돌파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해외변수도 여전히 우호적인 상황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이미 지난해 고점을 상향 돌파했고 외국인이 꾸준하게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전고점의 저항보다는 글로벌 증시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IT 및 자동차주 등 수출주들을 중심으로 한 전일 하락세는 단기간 조정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긍정적인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2주일 동안 삼성전자가 10% 가량 오른 가운데 단기간 가파르게 동반 상승한 이후 나타난 조정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함에 따라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어닝 시즌에 기대감을 갖고 실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주요 관심 종목을 살펴보면 긍정적 모멘텀은 더욱 명확해진다. 올해 들어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다섯 개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중공업·LG디스플레이·현대제철이다. 업종으로 따져보면 외국인의 시장 전체 순매수금액인 1조2177억원 중 IT업종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나타난 이후 외국인 매수 약화 또는 시장 이탈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IT업종의 이익 전망 개선세가 가장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외국인 매수세는 '이유 있는 베팅'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윤자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는 두 곳을 꼽자면 한국과 대만이다. 두 나라 증시의 공통 분모는 시가 총액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싸이클이 상대적으로 짧은 IT업종이 이를 1차적으로 선도하고 있는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IT업종 비중이 큰 한국과 대만 증시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IT업종은 상반기까지 무난하게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시장 주도주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경기에 민감한 비철금속 가격의 상승세는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기업들에게 원재료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인이지만 현 수준에서는 경기회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전고점 돌파 시도는 무난해 보이며 주도주 위주의 기존 대응 전략을 유지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코스피 1700선을 전후로 매매공방이 이어지며 불안정한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과 함께 자연스럽게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경기민감주 중심의 대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 가운데에서도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소재와 음식료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또 지난해 4·4분기 이후 여객 및 화물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올해에는 본격적인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항공업종 등을 관심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수출주 중에서는 업황 전망이 밝고 수급상 외국인이 꾸준하게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업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모멘텀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동차 업종과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부 부품주들은 다소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IT의 시장 주도력을 확인했다. 주가가 오를때도 IT주가 내릴때도 IT주가 선두에 섰다. 주가 등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인들은 연초 순매수 금액의 절반을 IT에 집중했다. 업종별로 보면 최근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대표적인 것이 IT였다.
이같은 긍정적인 시장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대응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루 만에 차익실현 매물이 흘러나오면서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는가 하면 종목별로는 대형주 중에서도 큰폭으로 하락하는 종목이 속출되기도 한다. 그만큼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변동폭도 크다는 증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적에 따른 철저한 주가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업실적에 따라 같은 업종 내에서도 주가 명암이 확연히 갈릴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실적이 견조한 기업일지라도 수급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중앙은행의 스탠스 전환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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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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