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 꼬 앙 코리안 노벨라 (MAHAL KO ANG KOREAN NOVELA, 나는 한국 드라마를 사랑해요)"
길거리 곳곳에선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2NE1의 'I don’t care'가 끊이지 않는다. 한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천국의 계단'과 '풀하우스'는 자국의 인기배우들로 새롭게 구성한 신판으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 중이다. MP3 안에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카라, 샤이니의 노래를 다운받아 놓고, 콧소리로 흥얼거린다. 어느 나라 얘기일까? 바로 '한류의 중심' 필리핀의 풍경이다. 거리를 걷거나,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문득문득 이곳이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TV와 라디오에선 하루라도 한국 얘기를 안 하는 날이 없을 정도다. 필리핀에서 연예계 활동을 하다 한국으로 건너간 '2NE1' 산다라박의 인기는 필리핀의 권투 영웅 '마니 파키아오(Manny Pacquiao)' 못지않다. 몇몇 필리핀 친구들은 한국 사람인 나보다도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아 깜짝깜짝 놀란다. 친구들이 "어제 인기가요에 태양과 박봄이 나왔는데, 이번 솔로 곡 정말 좋더라", "윤아는 한 물 갔고, 요즘은 티파니와 태연이 대세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의견을 구할 때면 얼굴이 빨개지고, 머쓱해진다.
학교 친구(라살대학교 신방과)인 샬롯(Charlotte, 19)은 "한국 드라마는 감각 있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디자인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전반적인 스토리부터 깊은 연기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시공간의 연출, 멋진 배우들, 그리고 패션까지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따갈로그(필리핀 표준어)로 한국만의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샬롯 양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대중음악을 섭렵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7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필리핀 대학교에 입학 했을 당시인 2003년에 필리핀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 지도 몰랐다. 일본, 중국은 알아도 한국은 몰랐다. 친구들은 "삼성, LG, 현대 등의 기업이 정말 한국 기업이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일본, 중국은 뒷전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주몽, 대장금, 풀 하우스, 김삼순, 꽃보다 남자, 찬란한 유산 등 수많은 드라마 히트작들이 수년간 TV전파를 타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한-필리핀 문화 교류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필리핀 속 한류 열풍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경제와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필리핀은 스펀지처럼 한국의 문화를 빨아들이고 있다. 수수한 필리핀 사람들에게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대한민국의 문화는 배우고, 따라하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한류 열풍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머지는 한국 몫이다.
글= 이영아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필리핀 라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영아 씨는 필리핀 현지 교민신문인 '마닐라서울'에서 번역 기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사진· 예술 등에 관심이 많으며, 외국어에도 능통한 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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