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피플&뉴앵글] 대접받는 '미운 오리새끼들'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영피플&뉴앵글] 대접받는 '미운 오리새끼들' 덴마크 오덴세 안데르센박물관 앞에서 본 오리떼
AD


"그러니까 엄마! 조금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올림픽 나가서 메달 따가지고 아파트 사가지고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무조건…." (영화 국가대표 中)

영화 '국가대표' 속 차현태(하정우 분)가 나가노올림픽에서 돌아온 뒤 공항에서 친엄마를 향해 내질렀던 이 대사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촉촉이 적시기에 충분했다. 영화 속 현태는 어릴 적 미국으로 보내진 '입양아'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뛰게 된 것도 친엄마를 찾기 위함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입양아는 항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국가대표' 속 현태가 그랬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무혁이(소지섭 분)가 그랬다. '왕꽃선녀님'의 윤초원(이다해 분)은 드라마 속에서 ‘개구멍받이’로 표현되며, 편견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들은 항상 동정의 대상으로 비쳐졌다. 한때 입양아들을 가리켜 '미운 오리새끼'에 빗대 표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에서 부모와 형제들에게 구박받다 뛰쳐나와 나중에 멋진 백조가 되는 그 미운 오리새끼 말이다.


[영피플&뉴앵글] 대접받는 '미운 오리새끼들' 국가대표 포스터. 아시아경제 DB

이런 생각은 최근 들어서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입양아에 대해 물어본 적 있다. 친구들에게 "여기 덴마크에는 입양아가 참 많은데, 너네들은 입양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의 십중팔구(十中八九)가 "불쌍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입양아들의 현주소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덴마크에 있는 1만여 명(덴마크 교민사회의 규모가 250여명인 것에 비하면 40배가 넘는 수준이다)에 이르는 한국인 입양아 중 누구도 스스로를 '미운 오리새끼'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내가 만났던 한국인 입양아들 대부분은 한국을 좋아했다. 친부모와 연락하고, 한국에 대해 알기 위해 공부했다. 친부모를 원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면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들이 이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입양아에 대한 덴마크 사람들의 삐뚤어지지 않은 인식과 시스템의 영향 때문이다. 실제로 덴마크가 속한 북유럽 지역은 인종차별이 적은 데다, 엄격한 입양 시스템을 도입해 '자격 없는' 양부모들을 걸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헛된 욕심을 부리는 양부모로부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 주는 것이다. '검증 받은' 양부모들은 입양아들을 친자식 못지않게 애정을 갖고 기른다. 입양아와 함께 한국어· 한국문화를 배우는 양부모들도 여럿 봤다.

이런 양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미운 오리새끼의 불쌍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이들에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한국 속담을 건네면, 놀라 뒤로 자빠질 것이다. 덴마크에 있는 1만여 명의 한국인 입양아들만 해도 어엿한 한 나라의 국민으로써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해외로 보내지는 현실은 슬픈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들을 색안경을 낀 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선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입양아들을 감히 미운 오리새끼라고 부를 수 있는 자격이나 있을까?' 울다 웃다가 두 시간 동안 국가대표를 보면서 불현듯 스쳐갔던 생각이다.




글= 성연란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덴마크 코펜하겐경영학교에 다니는 성연란 씨는 학교보다는 여행이, 남자보다는 공부가, 동료보다는 친구가 좋은 고집쟁이 22세 학생이다. 무턱대고 홀로 떠났던 호주에서의 1년이 너무나 좋아서 이번엔 유럽으로 떠났다.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을 다 타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영피플&뉴앵글]게시판 바로가기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