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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대표가 초등생에게 묻길...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갑작스런 한파가 닥친 20일 오후, 전남 영광에 위치한 홍농서초등학교(교장 문경희) 강당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 '비즈쿨'의 일환으로 벤처 CEO강연이 열린 것.


전교생 37명의 작은 학교이며 골프선수 신지애 씨의 모교로 유명한 이곳에서 강연한 이는 벤처회사 레인디의 김현진 대표(31). 레인디는 최근 뉴질랜드 현지 벤처회사와 손잡고 지도검색 서비스의 해외진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는 벤처회사이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약 13년간 벤처회사를 경영하며 느꼈던 '꿈의 중요성'에 대해 꼬마 예비 창업가 앞에서 담담히 털어놓았다. '해야만 하는 일'을 찾을 것과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것'이 주된 요지였다.


그의 강연이 창업을 꿈꾸는 청소년을 비롯해 수능을 끝내고 진로선택에 고민 중인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강연문을 정리·게재한다.

<중략>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현진이는 꿈이 뭐니?"


전 아무 생각 없이 '유전공학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반친구들이 '과학자', '대통령'이라고 다들 말하니 약간 색다른 걸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중학교때는 비디오 게임에 빠져 아버지 적금 통장까지 몰래 해약해 게임기를 샀다가 아버지한테 죽도록 맞은 적도 있습니다.


게임회사에 다니는게 꿈이라며 아버지에게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달라 했다가 또다시 혼이 났지요.


'꿈'은 뭘까요?


저한테 사업이란 꿈을 이뤄가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며 과정입니다.


황당할지 모르지만 현재의 제 꿈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꿈을 찾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여러가지 일을 많이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게 뭘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난 평생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이런 질문에서 부터 자신이 꿈을 찾는 일은 시작 됩니다.


중학교 졸업후 호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 시절이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멋진 꿈을 이야기하고, 중학교때는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이야기 했는데 고등학교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꼭 해야만하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유학시절 집에서 돈을 보내 줄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돈이 없어 한 때는 몇 센트짜리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으로 몇주일을 밥대신 먹기도 했죠.


때문에 학교를 다니며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세계각국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못사는 나라'인가를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회사는 뉴질랜드에 조인트 벤처인 웹컨셉사라는 회사와 함께 뉴질랜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 대표가 말하길 뉴질랜드 수도 오클랜드에는 '하버브릿지'라는 다리가 있는데 보통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방문하면 그날은 그 나라의 국기를 걸어 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뉴질랜드 방문을 했을때는 한국의 국기가 걸려 있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에 한국이 미국처럼 힘있는 나라가 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나라에 힘이 생길려면 세계 각국에 힘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잘 아는 삼성, LG, 현대 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안됩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가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호주 영주권을 받고 그곳에서 편하게 살수도 있었지만 8년간 한번도 귀국한적 없는 한국에 돌아 왔고, 현역은 아니지만 군대도 다녀왔습니다.


왜냐면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가 되어야겠다는 명확한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업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부를 쌓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돈이란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면 자연히 따라 오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게 주목적이었다면, 아마 영어 사업을 해서 벌써 많은 돈을 벌었을 겁니다.


굳이 남들이 돈 안되는 인터넷 사업을 왜 하냐고 묻지만 전 세계를 가장 빠른 시간에 장악할수 있는 사업이 인터넷 비지니스이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뭘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왜 하고 있는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두고 '기업가의 철학', 혹은 '기업가의 정신'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업가 정신', '창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아주 복잡한 것이 아닌 여러분이 꾸어야할 꿈을 찾아 내고, 그 꿈을 올바르게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 꿈이 무얼까?'라는 질문을 하는것에서 모든 게 시작됩니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을때, 저는 대표로써, 창업자로써 회사의 월급을 가져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른 아침 새벽 6시와 점심 시간동안 여러 기업에서 비지니스 영어 강의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8년동안 128개의 국내 기업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모 증권사 강연에서 제가 했던 첫 질문이 '당신의 꿈이 무엇입니까?'였습니다.


대부분 45세가 넘은 차장 부장님들이었는데, 다들 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셨습니다.


사는게 바빠 지난 수십년이 흐르는 동안 자신의 꿈이 뭐였는지 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중 50세가 되신 만년 차장님 한분이 제 강의를 듣고는 회사에 사표를 내셨습니다.


사표를 쓰신 그날 그분은 제게 긴 분량의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대학교 시절 나는 꿈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세상을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그냥 취직 했고 그냥 결혼 했고 그냥 아이 낳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 50이 되어서 누군가 내게 꿈이 무어냐고 수 십년만에 물어 봤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젊었을 때 가졌던 꿈에 도전하려고 한다. 고맙고 감사하다. 잊고 살던 것을 깨닫게 해주어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슴이 무척 찡하더군요.


여러분보다 나이가 아주 많으신 여러분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꿈을 꾸고 싶어 하십니다.


여러분은 반드시 더 멋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겪을 일이 무척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에는 내가 원했던 것도 있지만 원하지 않은 데도 겪어야 하는 때도 있더군요.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 일이 왜 내게 벌어졌는지 알수 있게 됩니다.


세상은 내게 불행을 주면, 또 다른 행복을 줍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는 가정의 행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내가 잘살아야 하는 이유와 에너지'가 됩니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자신에게 벌어진 아픈 가정 환경은 오히려 역이 됩니다.


내게 왜 이런 일이 벌어 졌을까? 나는 왜 이런 환경에서 태어 났을까?


아니라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수 있을까? 생각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더 좋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갈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복이 없는 사람은 외로워서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다니기 때문에 인복이 생깁니다.


자신을 가둬 두지 말고 세상을 자신을 드러내고, 나보다 한살 많은 형 누나 나보다 몇살 어린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서 대하세요.


그리고 나의 영웅을 만드세요. 제게는 영웅이 많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아 저사람 처럼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멋진 형, 누나들을 찾아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사람이 재산'입니다. 좋은 사람들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됩니다.


부모한테 못 받은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절대로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세상에 마음을 열면 세상도 여러분에게 마음을 열 것입니다.


저는 아주 유명한 사업가도 아니고 아주 큰 회사의 대표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게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어디에서도 주저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사업을 하고 있다보니,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 여러분에게 꿈의 꾸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제가 15년 전에 제 주변의 형들을 보고 처음 꿈을 꾸게 됐듯이 여러분이 저를 보고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15년 뒤에 또 다른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꿈을 꾸는 것이 선순환 되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꼭 사업만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꿈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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