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이다. 우리가 잘 아는 기술적 분석의 대가들은 대부분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T자형 인간이었는데 엘리어트와 일목산인 그리고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그랬다. T자형 인간은 횡적으로 많은 것을 알고(generalist) 종적으로 한 분야를 깊이 안다(specialist)는 것을 의미한다.
횡적으로 여러 가지를 많이 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살아 움직이는 $pos="L";$title="[재야고수의 주식이야기]2. 마음 열고 고집을 버려라";$txt="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 ";$size="250,330,0";$no="2009090414430925182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변수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수급의 주체인 외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지수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다 보면 종종 우리가 가진 편견의 오류에 빠지기 쉬워서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종적으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자.
외인이 9월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지수상승을 주도하자 온갖 낙관적인 전망이 득세했다. 그러나 24일과 25일까지 약 1000억원 가까이 매도를 하면서 단 이틀 만에 지수조정을 불러오자 외인의 시각이 변하고 있으며 이제는 조정에 대비해야 될 때라고 얘기하는 전문가가 또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지수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즉 외인 현물매수세의 지속여부와 유동성 흐름의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하지만 외인의 현물 매매동향에 따라 너무 지수전망이 조변석개처럼 변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외인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것은 오직 그들의 논리와 전망에 따라서 행해지는 것일 뿐 국내 기관의 포지션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임에도 투신권의 매도규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실제로 홍콩 등에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아시아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기관과 개인들이 외인과 대치하면서 수급주체를 형성한다는 시각에 대해 굉장히 어이없어 하고 있고 외인들은 자신들끼리 수급대결을 하고 있지 결코 국내기관이나 개인들이 자신들의 매도세를 받아줄 것이라 기대한 바 없다고 전한다.
단지 이들은 증권거래세를 회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자신들의 현물매수 물량을 ETF(Exchange-Trade Fund, 상장지수펀드)로 교체해 투신권 등에 파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외인매도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오히려 투신권의 순매도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역할은 하고 있다.
즉 외인의 손을 떠난 ETF는 나중에 투신권이 프로그램 차익거래 등으로 환매처분 할 경우 투신매도로 나타나 투신 매도액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외인의 순매수 규모에도 일정 부분 허수를 개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외인과 투신권 간에 ETF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외인이 주식을 사고 그 주식을 투신권이 대신 팔아주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 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외인은 내년의 주식시장을 오히려 더 좋게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잠시 조정이 있더라도 매수 규모는 일정하게 증가시키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이 주식 사기에 좋은 때라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미 연준 쪽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경우 조정은 좀 더 이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은 원화강세가 이어져 1100원대에서는 경쟁력이 사라져 그동안 증시상승을 이끌었던 IT, 자동차 주들의 약세를 예상하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전세계 글로벌 달러 약세의 상황에서 한국만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므로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도 역시 해외에 공장을 준공하여 환율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헷지한 상태로 보고 있어서 여러모로 우리 주식시장의 상승추세는 이어지리라고 진단한다. 이렇듯 외인들은 흔히 주변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삶은 확실성이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형태를 띤다.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아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조금씩 죽어간다" 라고 안무가 아그네스 드밀은 말했다.
살다 보면 어떤 것을 알아 갈수록 오히려 진실과는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복잡한 변수가 난무하는 주식시장에서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고 어떤 현상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나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체의 생각이 어떤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들의 고민과 기대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이 시장에서 조금이나마 기준과 원칙이 세워지지 않을까.
횡적으로 잡다한 것을 많이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종적으로 어떤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주식시장에서 휘둘리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래저래 주식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인고의 과정인가 보다.
-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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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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