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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고수의 주식이야기]3. 차트 안에 사람 있다

# 며칠 전 어떤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헤어질 무렵에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내가 주식한지도 3년이 넘었고 이제는 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왜 꼭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그 다음날부터 주가가 오르는 것일까? 책도 30권 넘게 읽고 유명하다는 투자설명회나 전문가들의 강의도 수없이 들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

이 친구는 직장을 다니면서 두 아이 교육비라도 벌어볼 심산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남들 말 듣고 대충 사도 잘 올라가던 주식이, 욕심이 생겨 책도 많이 읽고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손실만 늘어가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 했다. 이 친구의 투자행태가 과연 어떤지 자세히 들어봤더니 참 가관이다.


그는 주가가 한 차례 상승을 한 후 하락 중일때 마다 '이제 곧 책에서 배운데로 정확히 이평선을 찍고 반등해서 힘차게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으로 과감하게 한 번에 매수를 감행한다. 그러다가 추가하락으로 손실폭이 커지면 다시 물타기를 하고 그래도 주가하락이 멈추지 않으면 그때서야 기업분석을 시작한다.

이때 그 기업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고는 주변에 서슴없이 사라고 권유하고 다니며 자신은 대출을 받아 물량을 더 늘려나간다. 이러면서 결국 몇 달이 지난 후 견디다 못해 손절을 감행하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가 되고 만다. 후회막심이지만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이 친구는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 것일까?


주식투자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심리전이다. 내가 아무리 혼자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해도 상대방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게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 이외의 매매주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리파악이 선행되고 나서야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된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주식투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 면밀한 내재가치 분석을 통한 이성적 판단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이 어떤 주식을 사고파는지에 대한 감성적 관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심리적 요소에 의해 더 크게 좌우 된다"라고 말했다.


주식을 사고 판다는 것은 곧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1:1 대응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서로의 힘을 과시하려는 대칭적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즉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상호 대척점에 서있는 매도세와 매수세가 체결시키는 거래량의 힘에 의해 좌우 되는 것이고 이 거래량이 그날의 양봉 또는 음봉을 만들며 이렇게 만들어진 매일 매일의 종가가 이평선을 만들고 추세를 형성하게 되는 동태적 과정의 부산물인 것이다.


필자가 만나본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거래량이 곧 돈의 힘이고 이 돈의 힘은 그 속성상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또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주식시장은 상대방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거래량의 발자취를 느끼며 걷는 외로운 산행길과 같다. 또한 주식시장은 돈의 힘이 지배하는 곳이며 그 돈은 결코 나의 근거 없는 고집과 일방적인 희망을 좌시하지 않고 응징하는 냉혹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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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는 나 아닌 다른 매수주체의 행동에 대한 이성적 관찰을 통해 나의 매매전략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아가는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내가 무수히 많은 책을 읽고 차트를 잘 안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리와 상대방의 심리가 서로 교감을 이루고 그렇게 형성된 시장의 힘에 유연하게 순응하는 것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언젠가 다시 그 친구를 만나면 묻고 싶다. 차트 안에 이평선만 보이는지 아니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돈 많은 사람들도 보이는지.

-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강사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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