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투심 호재지만 현 주가수준에서는 독이 될 수도
최근 국내증시에서 가장 큰 호재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강한 투자심리'일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코스피 시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이번 랠리를 이끈 것이 외국인이었고,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의 매수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투자하는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대형주가 주춤한 사이 중소형주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인다.
코스닥 시장이 벌써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530선을 넘어선 것만 보더라도 투자심리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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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지수를 이끌어왔고, 실제로 경기지표의 개선이 하나 둘씩 눈에 띄면서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강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이 하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투자심리가 좋아진 것일까, 아니면 투자심리가 좋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는 것 처럼 느끼는 것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질문이다.
물론 초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등장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찍었음을 이미 확인한 현 시점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와 투자심리를 더욱 강하게 다지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만 좋아서 부정적인 신호를 무시하는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날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하루 하루의 호ㆍ악재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인 추세에서의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이미 주가가 단기고점 부근에 도달한 현 시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호재도 다시 뒤집어볼 필요가 있는 주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악재마저 무시하려는 강한 투자심리는 다소 의아하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모두 뒤섞였다. 미국의 소매 판매가 예상밖에 감소했지만 기업재고의 감소는 10개월째 이어졌다.
특히 소매판매의 경우 미국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효과를 제외한다면, 즉 자동차 부문에서의 소비를 빼놓고 보면 오히려 전체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새 차를 사느라 다른 부문에서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소비의 부진은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이 된다. 특히 '출구전략'이 서서히 가시화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부양정책이 없다면 자생적인 경기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기업재고가 10개월째 줄어들었고, 이것이 판매 증진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소비가 마냥 악화되고 있다고도 볼 수 없겠지만,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는 상황에서 기업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현 지수대는 다소 부담스럽다.
국내증시의 경우 전날 코스피 시장은 옵션만기일 충격으로 막판 하락세로 돌아선 채 거래를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물은 기존 잔고의 청산 과정이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며,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세에 나섰다는 점 등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전날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이 대부분 투신권에서 나왔고, 실제로 투신이 비차익거래를 통해 주식 비중을 축소해가고 있는 만큼 상승탄력은 둔화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외국인이 나서주고 있고, 경기 회복과 관련된 호재성 이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주식시장이 큰 급락세는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고 투신권의 매도공세가 만만치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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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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