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변신이 눈부시다.
4.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촉발된 국정쇄신 압력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 대통령이 마침내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 15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근원적 처방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미국순방을 마치고 귀국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압승의 원동력이었던 중도실용 이미지 회복과 중산층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선보이며 정국반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
◆'중도-충청(중원)-중산층' 3중 전략으로 승부
이 대통령은 미국순방 이후 국내로 돌아와 이른바 중용의 화두에 집착했다.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현 정국을 이념과잉으로 규정하고 중도정치를 역설했다. 사회 전체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보수와 진보, 좌우로 상징되는 지나친 이념대결보다는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
앞서 21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에서는 충청권 출신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4대 권력기관 수장은 보통 정권의 성격에 따라 영호남 출신 인사들이 사실상 독식한 자리. 이 대통령의 승부수는 가깝게는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한 것은 물론 향후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친(親)중산층 및 서민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22일 수석비서관회의와 24일 국무회의 당시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중산층과 서민보호다. 비정규직법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은 물론 사교육비 대책마련도 강력하게 주문했다.
◆사교육 대책 통해 중산층 지지 복원에 주력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수도권-40대-중산층'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강부자 내각 등 인사파동, 촛불정국, 용산참사, 재보선 패배, 노 전 대통령 서거 등의 영향으로 지지는 썰물처럼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대선 당시 지지층의 복원 없이는 임기 내내 불안정한 정국 운영이 불가피하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감소 탓에 가계지출에서 사교육비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중산층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사교육비 대책 마련 등 강력한 교육개혁을 강조해왔다. 지난 2월 사교육없는 학교로 유명한 서울 덕성여중을 방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개혁과 관련,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서민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로드맵을 갖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말이 당부였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강한 질책이었다. 살벌했던 국무회의 분위기 때문에 안 장관은 향후 개각이 단행된다면 교체 1순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가졌다. 16개 시도교육감이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교육현안을 논의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 사교육비와 입시 등 교육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의 사교육비 인식과 관련해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움직임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곽 위원장은 그동안 수능과목 축소, 학원 심야교습 금지 등 민감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물론 중산층 육성을 위한 휴먼뉴딜의 핵심으로 사교육비 축소와 교육개혁을 꼽았다. 아울러 교과부 역시 거대한 관료주의의 피라미드 탑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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