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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김해숙 "칸 레드카펫, 영화 찍고 있는 기분"(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베테랑 연기파 배우 김해숙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세계 기자들에게 선보이며 우아한 자태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중견 여배우로서 칸 경쟁부문 레드카펫에 오른 것은 김해숙이 처음이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칸 해변가에 위치한 그랜드호텔 앞에서 만난 김해숙은 전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 레드카펫을 밟으며 느꼈던 감흥에 계속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칸에 대해 설명하라면 말을 못할 것 같아요. 레드카펫에 올라가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돼서 영화를 촬영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게 꿈인가 싶더라고요."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공간은 아니다. 전세계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선택받은 극히 일부의 배우들만 누리는 특권이다.

14일 칸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레드카펫이 깔려 있는 뤼미에르대극장 앞에 갔다는 김해숙은 "저기가 내가 갈 곳이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가슴이 벅찼다"고 첫 느낌을 밝혔다.

15일 밤 뤼미에르대극장에서 '박쥐' 갈라 스크리닝이 끝나고 10분 가까이 박수가 터져나오자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박찬욱 감독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드카펫에 오르기 전 한 프랑스TV 기자가 "영화 속 한복집에서 가져온 옷이냐"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자 "색깔만 바꿔서 입고 왔다"고 되받아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복 디자이너 한혜수씨가 1주일을 꼬박 밤을 새며 완성한 작품은 칸 현지 기자들과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을까, 한복을 입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어요. 한국의 엄마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꼭 한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서고 싶었죠. 한혜수씨에게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영화를 볼 때 머리를 기대고 앉을 수 없어 불편하긴 했지만 한복이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김해숙은 현재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과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에서 '박쥐'의 라 여사와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로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거의 매일 이어지는 촬영 일정을 잠시 미루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야 해서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부터 '박쥐'가 칸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제작 전부터 미리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 드렸어요. 그래도 막상 칸 경쟁부문 초청이 결정되니 미안해지더라고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와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돌아가면 다시 열심히 일해야죠."

'박쥐'는 김해숙에게 전환점을 마련해 준 작품이었다. "드라마도 너무 사랑하는 장르이지만 배우로서 제 열정을 풀어내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어요. 탈출구가 필요했죠. 그 작품이 '박쥐'였어요. 박찬욱 감독이 저도 모르는 제 안의 모습을 끌어내셨죠. 연기하면서는 너무 힘들어서 악몽을 꾸기도 하고 모든 촬영을 마친 후에도 라 여사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해 2~3개월간 고생하기도 했죠."

김해숙은 "칸에서 만난 한국기자들이 가족처럼 반갑다"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일정으로 인한 피로도 잊어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칸의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국 유학생 서너 명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사인과 기념촬영을 부탁했고, 김해숙은 이모처럼 친근한 말투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30년이 넘는 연기인생에서 김해숙은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은 배우 김해숙의 연기인생의 새로운 막이 펼쳐지는 또 다른 '0년'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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