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15일 공부한다며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으나,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한 전 청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기획 출국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에 따르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최근 연락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 전 청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기획관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본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이날 수사브리핑에서 "(한 전 청장과)먼저 연락이 되는지 확인해 봤다"며 "제가 직접 통화해 봤는데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이어 "한 전 청장이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본인이 숨길 이유는 없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전 청장의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로 소환할 수는 없다"며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전날 지난해 하반기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실과 3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박 회장 관련 세무조사ㆍ금융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당시 조홍희 조사4국장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세청 본청 법인납세국장실 등도 함께 압수수색했으며, 오후 6시께 조 국장과 당시 신재국 조사4국 3과장, 유기복 조사4국 3과 1반장을 검찰에 소환해 조사한 뒤 12시께 귀가 조치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조 국장에게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겨 직접 지휘했으며, 조사4국에서는 서너 차례에 걸쳐 중간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한 전 청장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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