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 기업 생태계가 바뀐다] <1> 힘 합쳐 불황 뚫어라
경제난 한파 속 "우리는 가족" 협력관계로 해법찾기
현금결제 기본·기술지원 앞장.. 유통업계도 한마음
$pos="L";$title="";$txt="";$size="400,764,0";$no="2009022508303411047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국내 산업계에 '상생(相生)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경쟁은 잠시 접고, 서로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그 동안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던 기업들간의 실타래는 '상생'이라는 공통의 화두 아래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삼성과 LG라는 전통의 라이벌은 상반기 중 LCD패널 교차구매를 실시하면서 '대- 대기업' 상생협력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 마련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가 하면, 현금 결제를 확대하거나 교육 및 기술 개발에 협력하는 등 '대-중소기업'상생 협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이 자칫 줄도산에 이를 경우 대기업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 같다"면서 "그 동안 먹이사슬, 경쟁관계로 여겨졌던 기업들간의 관계가 최악의 불황을 계기로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사조직인 '상생협력실'을 중심으로 점차 상생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조직개편에서는 상생협력실 산하에 상생경영위원회 사무국을 신설, 전사의 CSR 관련 대내외 창구를 일원화했다. 최근 5년간 협력사들의 설비투자, 신기술 도입, 현장컨설팅, 직무교육, 미래경영자 육성 등에 총 6400억원을 지원한 삼성전자는 올해의 기술개발과 공정개선, 경영 컨설팅 등에 초점을 맞춰 협력업체를 도울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350개 협력사와 하도급 공정거래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협력사들의 재무건전화를 위해 납품대금 100%를 현금으로 결제해 주고 무담보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론'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00억원 규모의 친환경 자동차 연구개발비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경영혁신을 위해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해 1천억원 가량의 운영자금 신용대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LG그룹 역시 지난해 11월 LG전자와 LG화학, LG이노텍 등 주요 6개 계열사가 1800개 협력사와 맺은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100% 현금성 결제, 금융지원 확대 등 협력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납품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고, 어음 결제 방식을 폐지했다. 업체가 원할 경우 달러화 결제도 시행하고 있다. 협력회사들의 자금 회전을 돕고 '환 리스크'를 낮춰주자는 취지다.
SK그룹은 주요 16개 관계사의 전체 협력업체 5000여개에 대해 자금· 금융 지원· 100% 현금성 결제 등 대금지급조건을 개선하고, SK상생아카데미를 통한 교육 및 기술지원을 실시하는 등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특히 전체 협력업체 5000여개사 가운데 하도급 거래업체인 1000여개에 대해선 ▲구두 발주 금지 ▲합리적인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한 감액행위 금지 등 하도급 공정거래를 지켜나가기로 했다.
한화는 건설분야에서 100% 현금성 결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화약분야는 네트워크론을 통해서 협력 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기로 했다. 한화석유화학은 유망 벤처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벤처인큐베이터'를 운영, 사무실 및 실험실을 제공하고 있다. 또 생산 현장과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엔지니어와 전문가들로 BPS (Best Partners)팀을 구성, 모기업의 기술 노하우도 전수해주고 있다.
포스코는 정부, 금융권과의 협약에 따른 '상생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업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상생보증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일정액의 재원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특별출연하면 두 보증기금은 이 재원을 바탕으로 이들 업체에 납품하거나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에게 보증을 제공하고 은행은 이 보증을 근거로 협력업체에 저리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포스코는 이미 이 재원으로 100억원을 출연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최근 협력업체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으로 브랜드 개발 지원, 마진(수수료) 조정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본점과 죽전점, 인천점에서 `중소기업청과 함께하는 우수 중소 기업 박람회'를 열어 15개 브랜드 300여 종의 제품을 전시, 판매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협력업체가 불가피하게 단가 인상을 요구할 경우 사유를 검토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납품 가격에 반영하는 한편 물품 구입대금은 모두 현금 결제를 하고 있다. 약 2370개 협력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 3월부터 협력업체에 현금 결제를 하고 있다. 공항 현장에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에게는 사이버 외국어 교육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업은행과 `협력업체 지원 특별펀드' 700억원을 조성하고 금융기관과 연계한 `무담보 네트워크론'도 275억원에서 1280억원으로 늘렸다. 하이닉스는 지난달 19일 상생보증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대차, 포스코 등과 함께 30억원을 특별 출연했다. 한진해운도 물품 구입 대금은 현금으로 결제하고 원자재가 상승분은 시장 가격을 검토해 협력업체의 납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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